노원·도봉 사람 - ① 자원봉사활동가 이은지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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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을 긍정하는 일”이라 말하는 이은지씨. 가치있는 일을 꿈꾸는 그에게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들었다.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기자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다툼이 오가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남을 돕는 일이 자기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렇게 하루하루 봉사의 참의미를 깨달아 가고있는 이은지씨를 만났다.

 “내 작은 도움이 상대에게는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생겼어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끼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가 있는지 몰라요.”

 지난 2007년 10월부터 꾸준히 멘토 봉사활동을 펼쳐온 이은지(23)씨. 그가 말하는 멘토는‘누군가의 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이씨는 “원래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며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나에게 큰 보람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봉사활동의 이유를 밝힌다. 현재 그의 공식신분은 두 개다. 낮에는 상계 백병원의 행정업무 계약직원, 밤에는 성서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다. 그러나 그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신분이 있다. 바로 한달에 두 번 만나는 김신영(가명·13)양의 생활·학습 멘토 역할이다.

 월계 사회복지관의 멘토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이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는 이씨. 처음에는자신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김양 때문에 일을 포기할까 고려할 정도로 힘들었단다.그러나 나쁜 길로 빠지는 청소년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김양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았다고. 바쁜 일상 탓에 정해진 날에만 김양을 만나오던 이씨는 언제부턴가 틈 나는대로 전화하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부터 김양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어린시절 큰 상처를 받은 김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거칠기로 소문나 있었지만 이씨 앞에서만큼은 순한 양이었다.

 “한번은 약속장소에서 2시간 정도 기다린 적이 있어요. 잘못을 지적했더니 토라져서 가버리더군요. 그 뒤로 한동안 관계가 소원했었는데 다음 만났을 때 처음으로 ‘잘못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후로 김양과 이씨는 자매처럼 가까워졌다. 이씨는 지금도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김양 친구들에게서 그녀의 변화된 모습을 전해 들으며 뿌듯해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김양으로 부터 ‘선생님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쓴 카드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워낙 감정표현에 인색한 김양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소중한 카드였다.

 이씨는 사회복지 관련 행정가가 목표다. 현재의 멘토 활동이 거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씨는 “봉사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또 항상 내 마음가짐을 바르게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스스로 자질이 부족하다 생각해 봉사활동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씨는 “특별한 자격조건이나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단언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아주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누구든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씨는 “학교를 졸업하면 김양과의 만남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하며 “나와 같은 직장인들에게 멘토 봉사활동은 너무 큰 선물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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