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엄습]上.기상이변 실태와 피해규모…엘니뇨와 라니냐 차이(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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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다는 변덕스럽다.

대표적인 변덕중의 하나가 죽끓듯 오르내리는 수온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 태평양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수온의 평균치는 있지만 정작 해수 온도가 이 평균치 근처일 때는 매우 드물다.

엘니뇨는 이런 태평양상에서 수온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수온 상승의 기준 해역은 남미 (南美) 의 페루 앞바다다.

엘니뇨가 끝나면 태평양은 잠시 잠잠해지거나 곧바로 라니냐가 시작된다.

라니냐는 해수온도가 평균치 이하로 내려가는 현상이다.

태평양에서는 이처럼 잠잠할 때가 거의 없이 엘니뇨와 라니냐의 끝없는 널뛰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동태평양의 평소 수온은 계절.해역별로 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섭씨26~27도 안팎. 이같은 평균치에서 섭씨2~3도 이상 높아지면 엘니뇨, 반대로 낮아지면 라니냐라 부른다.

하지만 학계 일부에서는 수온의 상승.하강폭이 0.5도만 넘어도 엘니뇨나 라니냐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쨌든 엘니뇨에 대한 학계의 일치된 정의는 아직 없는 형편이다.

엘니뇨는 수온상승 외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기류의 하나인 무역풍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적도 무역풍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엘니뇨가 생기면 이 무역풍이 크게 약화되며 때로는 서풍으로 변하기도 한다.

태평양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해수의 흐름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동태평양의 경우 바닷속에서 찬물이 솟구쳐 나와 해수가 적도를 따라 무역풍과 함께 서쪽으로 흘러야 한다.

그러나 수온이 올라가면 바닷속의 찬물이 더운물에 눌려 제대로 솟구치지 못해 이런 기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엘니뇨로 인한 대양.대기의 변화는 2~7년이란 불규칙적인 주기성을 갖고 있다.

1900년 이래 올해까지 태평양이 정상적이었던 해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반면 엘니뇨는 29차례, 라니냐는 18차례나 출몰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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