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장단 인사 의미…급박한 경영환경 대응 성과주의 철저히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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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재계 상위 5대그룹중 처음 단행된 이번 LG그룹 사장단 인사는 그 시기와 폭은 물론 '성과주의' 와 '세대교체' 라는 점에서도 연말 재계 인사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인사폭이 16명으로 예년의 6~7명선에 비해 상당히 컸다.

정장호 LG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등 3명이 부회장으로, 서평원 LG전자 부사장이 LG텔레콤 대표이사로 각각 승진하는등 사장급 승진자만 9명으로 지난해 6명보다 많았다.

인사시기도 12월중순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함께했던 예년에 비해 한달 가까이 앞당겨졌다.

이는 대선이후로 사장단및 임원인사를 미루는 일부 그룹과는 대조를 이룬다.

LG는 이에 대해 "작금의 격변하는 경영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절박한 조치" 라며 "대선도 중요하지만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 인사를 당길수 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철저히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사업실적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LG텔레콤의 鄭사장, LG정유의 허동수 사장, LG전자의 徐부사장, LG반도체의 구본준 전무가 각각 승진했다.

반면 기아사태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종합금융등 금융부문, 경기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은 엔지니어링등 기계부문의 최고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교체됐다.

또 60대 원로급 경영자였던 심석주 LG할부금융 사장, 최진영 LG신용카드 사장등이 40대후반의 이헌출 부사장등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 주었다.

문정환 (文程煥) LG반도체 부회장은 사업문화단위 (CU) 장의 자리를 역시 40대 후반의 신임 구본준 부사장에게 넘기고 반도체 경영권도 공동으로맡게 됐다.

이밖에 50대초반 경영자중에서도 서경석 (50) LG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이 LG종합금융 대표이사 사장으로, 구자훈 (50) LG화재해상보험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교체된 계열사만 따지면 최고경영진 연령이 56세에서 52세로 젊어졌다.

LG는 이번 인사가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그룹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구본무 (具本茂) 회장이 경영 3년째인 그룹을 자신의 체제로 완전히 재구축한 조치로도 분석된다.

이번 인사는 신임 사장들이 참여해서 내달에 하게될 후속임원인사에도 영향을 주어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바람이 더욱 몰아칠 전망이다.

성태원·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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