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장훈이 형 미안해” 하하하 승진이 웃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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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5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전자랜드를 95-88로 꺾고 3승2패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 전주체육관은 가득 찼다. 열정적인 전주 팬들은 인천 원정을 갔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고(하승진), 코를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신명호·이중원), 눈두덩에 멍이 든(임재현) KCC 선수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다.

KCC의 센터 하승진(左)이 전자랜드 서장훈의 수비를 피해 슈팅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KCC는 전자랜드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전주=연합뉴스]


하승진은 ‘뽀빠이’처럼 팔 근육을 자랑하는 포즈로 나와 5초 정도 관중들의 함성을 받았다. 하승진의 뒤통수를 때린 전자랜드의 서장훈이 소개될 때 야유는 그 정도 오래 지속됐다. 1쿼터 3분쯤 KCC는 11-5로 앞섰다. 하승진이 도널드 리틀의 덩크슛을 블록하는 장면에서 KCC 팬들은 승부가 이미 갈렸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불리해질수록 지기 싫어하는 서장훈의 투지는 더욱 커졌다. 서장훈은 하승진과 몸싸움을 피하면서 미들슛과 속공으로 영리하게 점수를 쌓아갔다. 전반이 끝났을 때 서장훈은 20득점에 7리바운드를 했고 그 덕에 전자랜드는 시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35세의 서장훈은 후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승진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았을 때 서장훈이 할 수 있는 일은 파울뿐이었다. 서장훈은 마지막 쿼터에 다시 힘을 냈다. 4쿼터 시작 후 3분 동안 7득점을 하면서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하승진은 서장훈을 앞에 두고 3연속 골밑슛을 성공하면서 도망갔다. 서장훈은 많은 득점을 했지만 하승진과 대적해야 하는 수비에서는 힘과 높이의 차이를 절감해야 했다.

전자랜드의 득점은 포웰의 돌파와 서장훈의 외곽슛뿐이었는데 86-90으로 뒤진 종료 1분10초 전 서장훈의 외곽 슛이 빗나가면서 마침내 추격의 끈이 풀렸다. 서장훈은 30득점에 7리바운드를 했다. 그러나 후반에 그는 리바운드를 단 하나도 잡지 못했다.

하승진은 15득점에 그쳤지만 리바운드가 9개였고 숫자 이상으로 골밑에서 압도했다. 서장훈의 투혼마저도 위압했다. 경기 후 서장훈은 하승진과 포옹했지만 승자는 하승진이었다.

허재 KCC 감독은 “서장훈이 뛰어난 선수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다. 나도 노장 시절 김승현이 나오면 공을 뺏길까 무서워 공격은커녕 등을 돌리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KCC는 추승균이 28득점으로 활약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는 7일 삼성과, 동부는 KCC와 8일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한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격전을 치르면서 부상자가 속출한 KCC-전자랜드전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전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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