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하나는 죽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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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2국> ○·이세돌 9단 ●·황이중 7단

제8보(93∼106)=백△가 다가오면 흑은 A의 절단이 신경 쓰인다. 게다가 중앙 흑 대마도 미생이다. 그러나 바둑은 최종적으로 ‘집’을 계산하는 것. 반집을 지나 만방을 지나 마찬가지다. 형세 판단에 골몰하던 황이중 7단이 저 멀리 큰 곳, 93으로 달려간 사연이다. 반사적으로 이세돌 9단은 94부터 총공격에 돌입했다.

94로 두었을 때 포커의 명수 차민수 4단이 “막으면 큰일”이라며 참고도 흑1로 달아나야 한다고 말한다. 조훈현 9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러나 박영훈 9단은 백2가 너무 두텁고 흑3으로 달아나도 여전히 미생이라 두기 힘들다고 한다. 백이 B나 C로 두기만 해도 흑은 집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황이중은 벌써 흑 ▲두 수에다 93까지 세 번이나 실리를 챙겼다(백은 좌변을 넘었고 백△를 두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해 버텼다. 중앙이 위급한 상황이기에 손 빼기에도 그만큼 힘이 들었다. 한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미칠 일이었다. 황이중은 손실이 큰 참고도를 외면하고 승부로 나갔다. 95부터 다 받아주며 대마의 운명을 하늘에 맡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비장한 황이중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짐짓 106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설상가상이다. 차민수 4단은 “하나는 죽었다”고 단정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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