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역사회 힘으로 공교육 살려낸 강진군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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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은 학교와 교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참여해 힘을 보탤 때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이는 주민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향토 장학금으로 공교육을 살린 전남 강진군의 교육실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구 4만의 농촌지역인 강진군은 교육 때문에 주민이 고향을 떠나는 일만은 막아보자며 4년 전 강진군민장학재단을 만들었다. 그간 주민 1만여 명이 참여해 자그마치 100억원의 장학금을 모았다. 자신은 못 배우고 가난해도 자식·손자는 제대로 교육시키겠다는 주민의 염원이 쌓여 만든 놀라운 결과다.

장학재단은 학생 수가 줄어 위기에 몰린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매년 20억원을 군 내 각급 학교에 지원했다. 우수 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고, 유명 강사를 초빙해 무료 논술강좌를 열거나 무료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등 교육프로그램 강화에 신경을 썼다. 수도권 대학 진학자 수가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 정도로 성과가 나타나면서 정원을 못 채우던 학교들이 대도시 학생도 지원하는 ‘돌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지역사회의 힘으로 공교육을 살려낸 강진군의 기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회가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강진군과 달리 부산시 남구는 돈보다 인력을 활용해 학교 교육을 지원한다. 주민 가운데 희망하는 전문인력 200여 명을 연수시킨 뒤 학교에 방과후 학교 무료 강사로 보내준다. 관내 15개 동도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주민을 특기적성·상담활동·독서지도 강사로 파견해 교사를 돕는다. 부경대 등 이 지역 5개 대학은 초·중학교의 기초학습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일대일 멘토링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단체·군부대도 학교 교육 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GM대우 직원들은 지역 중학교에서 영어·컴퓨터 교실 등을 운영한다. 현대·기아자동차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재미있는 과학실험을 한다.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처럼 특기가 있는 장병을 활용해 지역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회화나 특기교육을 실시하는 군부대도 있다.

학교가 사회와 단절된 섬이 되어선 안 된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학교·교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다양한 교육여건이 제공돼야 한다. 학교와 사회의 벽이 허물어지고, 지역사회의 학교 교육 참여가 확산돼야 공교육 살리기에 속도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