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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은행집중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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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2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금융패러다임’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임현동 기자]

한국의 자본시장은 아직 취약하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가가 좌지우지하고 있고, 채권시장은 저금리로 인해 빈사 상태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증권연구원과 중앙일보는 28~29일 심포지엄을 열고 이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국내외 석학과 함께 모색했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금융패러다임' 심포지엄 1부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프랭클린 앨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강봉균 국회의원, 김정태 국민은행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 이장규 중앙일보 경제전문 대기자 등이 토론에 나섰다. 다음은 주요 내용.

▶프랭클린 앨런 교수=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본시장 중심이란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잣대가 다를 수 있다. 법과 경제제도가 취약한 중국에선 경제가 기능을 발휘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법과 제도가 서양에서처럼 중요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평판과 관계가 더 중요하다.

▶김정태 행장=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금융자산이 은행 쪽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이 금융자산의 58%를 가져가고 있다. 금융 소비자도 문제다. 은행 수수료를 올린다고 비판하는데 은행의 서비스 수수료는 아직도 원가의 절반 이하다. 은행 서비스를 공짜나 공공재로 봐서는 곤란하다.

▶문국현 대표=금융서비스의 발전이 더딘 이유는 사회 전 분야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그동안 사회 지도층이 대표적으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신용회복을 위해 법체계를 강하게 세워야 한다. 법은 단호하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도 살아 있어야 한다. 사내이사는 25% 정도만 차지하도록 이사회를 선진화하는 게 필요하다.

▶윤원배 교수=징갈레스 교수는 기득권자의 경쟁 저해행위를 막기 위해 개방을 해법으로 들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은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흡수하는 게 어렵다.

▶이장규 대기자=장하성 교수는 재벌.정치인.관료.금융.노조의 지대 추구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나 재벌에 대해서는 장 교수 같은 감시자가 많고, 정치는 이번 선거에서 봤듯 기업이나 금융회사에서 돈 받기 어려워졌다. 관료집단 역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부당한 권력행사의 여지가 줄었다. 그러나 금융은 걱정이다. 세계의 전문가와 붙어서 과연 우리 금융인이 당해낼 수 있을까. 노조 문제는 정말 비관적이다.

▶최영기 원장=노사관계의 경직성에는 문화.제도적인 장애요인이 있다. 노조가 경직적이라면 그 상대방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재벌이나 정치인.관료는 괜찮은데 노조 혼자만 행패를 부리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외부에서 사람을 뽑는 것은 자유롭지만 내부 인력의 직무 전환은 극히 제한돼 있다.

▶징갈레스 교수=개방은 금융의 선진화와 경쟁 촉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건 미국의 예를 보아도 분명하다. 미국이 전 세계 국가에 개방을 요구하자 유럽과 일본으로부터 당신네 시장도 개방하라는 요구를 역으로 받았다. 그 결과 미국도 농산물 보조금의 축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장하성 교수=국가마다 금융시스템이 다를 수 있다는 데 동의하나 중국을 한국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생산요소를 투입해 성장을 하는 단계다. 한국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났기 때문에 중국 모델을 참고하기 어렵다.

▶김병주 교수=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 주제발표한 내용들도 학자들이 계속 관심을 보여왔던 부분들이다. 노사 문제는 쉽게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정리=정경민.서경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오늘의 심포지엄>

한국증권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 심포지엄은 29일 오전 9시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이틀째 일정을 진행합니다.

오전에 열리는 2부 '자본시장과 은행의 균형적 발전'에서는 프랭클린 알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루이지 징갈레스 시카고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한 뒤 최운열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 대표 등이 토론을 벌입니다.

오후 2시 열리는 3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에서는 최도성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강찬수 서울증권 대표 등이 공적연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를 집중 토론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문의:02-3771-0613, (www.ks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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