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결산…표눈치 급급 국정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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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5회 정기국회는 부실 (不實) 국회였다.

'정치붕괴' 의 적나라한 모습이 한눈에 드러난 현장이었다.

한마디로 여당없는 국회, 야당이 여당같이 행동한 기이한 국회였다.

이처럼 정치부재의 국회가 발생한 원인은 국정조정기능을 행사하지 못한 '대통령의 임기말 현상' 도 크게 작용했다.

물론 금융개혁법안을 둘러싸고 밀어붙이기 자세를 보인 재정경제원등 정부의 태도도 한몫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대선 표밭을 의식한 각 정당 수뇌부들의 '좋게 좋게 가자' 는 선거대책성 국회운영에 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대선의 표를 의식해 논란이 된 금융개혁법안과 형사소송법안.추곡수매동의안의 처리에 소극적이다 못해 책임전가로 일관했다.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이들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지난해 세밑의 노동법날치기 통과 때와 같은 '자살골을 신한국당이 먹도록' 기대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이같은 의도를 알아챈 신한국당이 소극적으로 돌아섬으로써 이들 개혁법안이 표류한 것이다.

신한국당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탈당이후 '집권여당' 에서 '원내 제1당' 으로 바뀌었다.

정부와 국회의 연결고리가 없어졌다는 형식논리로 중립화에 선 것이다.

이에 따라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만 이리저리 정치권을 헤매며 '법안통과의 불가피성' 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특히 어제까지의 여당이어서 기대를 걸었던 신한국당조차 '나 몰라라' 했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조순 (趙淳) 민주당 총재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책임있는 법안처리가 되는가 했더니 곧바로 정책위의장.국회 재경위원장등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져 유야무야됐다.

최병렬 (崔秉烈) 공동선대위의장은 "선거를 앞두고 무리할 필요없다" 며 제동을 걸었다.

추곡가 수매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시켜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올 국회에선 김수한 (金守漢) 의장이 "내가 그런 부담을 져야할 이유가 없다" 며 이를 거부했다.

한 의원은 "국가야 지금 금융위기로 파산하든 말든 집권만 하면 된다는 양당 지도자들의 태도가 문제" 라고 힐난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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