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무산…강경식부총리 물러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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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신껏 하다가 안되면 그만 두면 될 것 아닌가.

" 평소에도 늘 이같은 말을 해온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퇴진여부가 주목거리다.

기아그룹 사태를 정리한 이달초에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가 반려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다시 금융개혁 법안통과가 무산되자 퇴진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姜부총리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추진했던 금융개혁이 무산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총재가 합의한 내용을 한은직원들이 데모한다고 국회가 반대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는 것이 그의 항변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금융감독기관 통합은 애초에 대선을 앞둔 정권말기에 통과되기 어려운 과제였다.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채 수개월을 밀어붙이다 막바지에 벽에 부닥친 것이다.

아무튼 姜부총리가 금융감독기관 통합에 너무 집착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姜부총리가 금융개혁의 국회통과 여부를 본뒤 금융시장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실기 (失機) 했다고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달들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금융당국인 재경원과 한은 사무실은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러 다니느라 텅텅 비었던 것도 사실이다.

환율정책을 놓고 재경원과 한은이 서로 책임을 미룬채 정책협조를 하지않다가 대혼란을 맞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姜부총리가 퇴진하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만큼 마무리하지 않고 그만 두면 오히려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정권이 1백일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경제수장이 바뀌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임 부총리가 취임하면 여기저기 인사다니다 끝날게 뻔하다.

청와대도 이런 점 때문에 姜부총리가 사표를 낼 경우 다시 반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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