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멘탈리스트’ 사이먼 베이커 “남들과 정반대로 연기하기 즐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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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요즘 ‘미드(미국 드라마) 폐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CBS 수사물 ‘멘탈리스트(The Mentalist)’다. 지난해 9월 시작해 15회가 방영되기까지 전미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네 번이나 차지했다. 9회 방송은 전미 TV 프로 시청률 중 최고(시청자 수 1870만 명)였다. 14회 때는 시청자 수 1970만 명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멘탈리스트’는 6일부터 케이블 채널 tvN을 통해 국내에서도 방송된다(매주 월·화, 밤 8시). 드라마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주연배우 사이먼 베이커(40)를 e-메일로 만났다. 호주 출신인 그는 1997년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로 할리우드에 입성했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칼럼니스트 톰슨 역으로 낯익은 얼굴. 금발에 녹색 눈동자, 여기에 ‘살인미소’까지 더해진 전형적인 앵글로 색슨 미남이다.

‘멘탈리스트’에서 수사 컨설턴트 제인을 연기하는 사이먼 베이커. “제인은 셜록 홈스와 닮은 점이 많은 인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계속 자아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복고풍 감(感) 수사가 성공요인=사이먼 베이커가 연기하는 패트릭 제인은 아내와 딸을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레드 존’에게 잃은 비운의 남자다. 레드존의 악몽은 회를 거듭할수록 그를 괴롭힌다. 한때 남의 심리를 읽는 영매로 TV에도 출연했지만 사실 그런 능력은 없다. 현재 직업은 캘리포니아 수사국(CBI)을 돕는 수사 컨설턴트. 경력을 염두에 둔다면 그가 과학수사보다는 직관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추론하기란 어렵지 않다. ‘CSI’가 과학적 수사기법을 대표한다면 ‘멘탈리스트’는 제인을 내세운 감(感)의 수사다. 심리수사라지만 ‘크리미널 마인드’처럼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구시대로 돌아가는 듯 싶지만 그래서 오히려 새롭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가 이른바 수사물의 ‘차세대 주자(next wave)’라고 평한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패트릭 제인은 셜록 홈스와 닮은 구석이 아주 많아요. 미스터리 풀기를 즐기고 남들 관찰하는 일에 어린애 같을 정도로 집착을 보이거든요. DNA를 현미경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인간 본성을 읽어 사건을 해결하죠. 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남들은 지나치기 쉬운 살인동기를 발견하죠.”

CBS 수사물 ‘멘탈리스트’의 한 장면. 가운데가 한국계 배우인 팀 강(조 역)이다.


◆상식 뒤집는 삐딱이 수사관=영국 신사 홈즈가 점잖았다면 호주 훈남 제인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항상 입가를 맴도는 알 수 없는 미소는 용의자들을 바늘방석에 앉힌다. 행동도 엉뚱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로 꼽은 첫 회에서 살인현장에 도착한 제인은 남의 집 주방임에도 태연하게 샌드위치와 차를 만들어 먹는다. 살해 당한 소녀의 아버지에게 “당신이 딸을 죽였느냐”는 직설적인 질문도 던진다. 하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수사관을 내세웠다면 어찌 수사물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CSI’를 누를 수 있었으랴.

“제인이 (기존 수사관 캐릭터와) 좀 달라보였으면 했죠. 전 가끔 대본을 보면서 ‘음, 이 장면은 어떤 배우라도 이렇게 연기하겠지’라고 생각한 다음 정확히 반대로 연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나서 사람들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제인은 알 수 없는 구석이 아직 많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계속 자아낸다는 점에서 대단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원칙주의자지만 제인의 삐딱함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눈감아주는 상관 리스본(로빈 튜니),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조(팀 강), 근육파 릭스비(요웨인 요먼), 프로 정신이 투철한 밴 펠트(아만다 리게티) 등 수사팀원들의 알록달록한 개성이 회를 거듭할수록 진해지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재미. 하지만 베이커는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많이 나오진 않지만 영향력만큼은 지대한 살인마 레드존”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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