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선거 앞두고 움직이는 지방 조직폭력

중앙일보

입력 1997.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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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선을 앞둔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곳곳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설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와해됐던 폭력조직이 속속 재건되고 지방 중소도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합법적 사업을 위장한 기업형 폭력조직도 번성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단속을 계기로 지방 조직폭력의 실태를 점검한다.

지난달 21일 대전 Y호텔예식장. 입구에서부터 일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험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날의 신랑은 전국적 규모를 갖춘 이른바 '전국구' 급 조직인 J파 두목 K (46) 씨. 10여년전에 이혼한부인과 다시 결합하는 예식으로 공개적인 초청장을 돌렸다.

예식장에는 50여명의 폭력조직 보스들은 물론 슬롯머신계 대부로 불리는 J씨.연예인등 1천2백여명이 참석해 어느 지역유지 못지 않은 성황을 이루었다.

올들어 대선을 앞둔 사회적 혼란을 틈타 폭력조직의 재건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검.경이 벌이고 있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뿌리내린 폭력조직의 단면을 보여주는 광경이다.

현재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 주요도시의 폭력조직은 대략 2백30여개. 전국적인 규모의 조직도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이 올들어 검거한 폭력배 숫자는 5만여명. 경남경찰청이 4천8백21명을 붙잡아 1천3백42명을 구속하고 3천4백79명을 불구속하는 성과를 올린 것을 비롯해 전남에서는 2천2백여명을 적발, 이 가운데 7백여명을 구속하는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검거선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숫자가 모두 범죄단체 구성등과 관련한 조직폭력배라고는 아무도 믿지않는다.

대부분이 '조직성 폭력배' 들로 불리는 이른바 잔챙이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조직폭력배가 구속되는 경우는 최근들어 전남도내에서 7명, 경남 77명, 울산 8명, 강원 20명등 손으로 꼽을 정도. 울산지검의 관계자는 "범죄행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처벌하기 힘들다" 며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과는 달리 증거 위주의 단속을 펼 수밖에 없다" 고 실토했다.

경찰관계자들도 "과중한 업무로 조직원에 대한 동태 감시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토착세력과 연계돼 사전 단속이 어려워 폭력등 명백한 범죄행위가 일어난 뒤에야 수사에 착수할 수 밖에 없다" 고 털어놓았다.

과거 폭력조직들이 주로 폭력과 관련해 검거된데 비해 요즘은 합법성을 가장한 선진국형 범죄조직으로 모습을 바꿔 검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란주점과 룸살롱의 술안주 공급업체를 운영하는 어엿한 기업인으로 활동해오다 범죄조직 구성과 관련, 최근 구속된 강원도원주시 종로기획파 두목 김명덕 (36.구속) 씨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고성군 W파 두목 K (40) 씨 처럼 상당수의 조직폭력은 광고업체를 운영하거나 동해시 우진기획파 유진영 (31) 씨처럼 노래방.소주방.룸살롱을 직영하는등 합법적 사업체를 앞세워 조직을 기업화할만큼 치밀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은 유흥업소 지배인.개인사업등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행동대장 이상은 지역유지로 행세해 평소 거의 노출이 안된다" 며 "이들은 연고나 후배를 동원, 위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건설입찰등에 개입한다" 고 전했다.

말썽이 나더라도 단순폭력이나 업무방해혐의 이상은 적용할 수가 없다는 점을 최대한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유업업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자금줄이 끊긴 폭력조직들이 과거 금기시됐던 마약류 밀거래에까지 손을 대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주요한 변화로 꼽힌다.

검찰은 폭력조직이 히로뽕 판매사업에 직접 개입할 경우 이권다툼으로 인한 집단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전에 완전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워두었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 9월 마약을 거래하다 검거된 울산의 목공파.남폭파처럼 상당수의 폭력조직들이 손쉽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거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슬롯머신영업의 부활도 폭력조직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현재 관광특구로 한정된 슬롯머신 영업이 특1급 호텔로 확대될 경우 폭력조직들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며 "벌써부터 대구 그랜드와 프린스호텔에 슬롯머신이 허용되면 과거처럼 건달들이 동원되지 않고는 장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슬롯머신만큼은 확대되지않고 현재처럼 규제돼야 한다" 고 밝혔다.

이밖에 폭력조직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청소년층에 잠재적인 폭력세력이 두껍게 포진해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최근 광주에서는 10대들이 자신들을 소위 제3세대로 부르며 조직을 결성, 유흥업소 갈취등을 통해 조직을 확대해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대구.부산등 주요도시도 마찬가지. 이들은 검거됐다 해도 나이가 어려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점을 최대한 악용,점차 조직폭력배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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