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반체제 인사 웨이징성 석방…전격 미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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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은 16일 대표적 반체제인사 웨이징성 (魏京生.47) 을 전격 석방해 미국으로 가도록 허용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인권문제 해소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의 최근 방미 (訪美) 를 계기로 협력관계 강화라는 흐름을 타고 있는 중.미관계를 더욱 개선하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정치적 포석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반체제인사 석방요구를 "주권국가의 사법체계를 무시한 내정간섭" 이라고 반박하며 일축해왔다.

따라서 魏를 병보석으로 풀어주고 미국행을 허용한 것은 대미 (對美) 관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인권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인권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이라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江주석의 방미에 앞선 미국과의 사전접촉에서 대표적 반체제인사인 魏와 지난 89년 천안문사태의 주역 왕단 (王丹.27) 등의 석방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양국은 석방시기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江주석 방미전 석방을 요구한 반면 중국측은 '적절한 시기' 를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미전 석방은 미국측으로서는 대단한 외교적 성과일 수 있지만 중국측으로서는 江주석의 방미성사를 위해 무릎을 꿇는 저자세 외교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중국당국이 미국과의 약속에 따라 魏를 석방함으로써 왕단도 머지않아 석방될 것으로 베이징 (北京) 외교가는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들 반체제인사의 석방만으로 중국의 인권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서방국들이 중국의 인권상황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취객의 본심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醉翁之意不在酒)' 는 속담을 인용해 "정작 인권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국제적 지위를 끌어내리려는 의도" 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江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물꼬가 트인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은 성의있는 화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또 내년 있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방중 (訪中) 을 위한 정지 (整地) 작업의 성격도 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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