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 참다 ‘칼 빼든’ 감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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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감사원은 이달 말부터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복지급여 집행 실태에 대한 전면 감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또 취약계층 지원과 직결되는 82개 사업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노동부·행정안전부에 대해서도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그간 감사원은 재정 집행부서에 대한 대규모 감사를 자제해 왔다.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강조해 온 데다 현장에서 복지예산 씀씀이를 뒤지면 전체 예산 지출을 늦추는 ‘돈맥경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감사원으로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최근 감사원이 전국 3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관감사를 벌인 결과 6곳(20%)에서 비리가 적발됐다. 공무원 주머니로 흘러간 복지예산만 11억5000만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라디오 연설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강하게 질타했었다.

감사원은 이날 복지급여 횡령 사례를 추가 적발해 공개했다. 서울 노원구의 8급 공무원 A씨(34·여)는 2002년부터 6년간 허위로 주거급여·장애수당 수급자를 만들어 293차례에 걸쳐 1억900만원을 빼돌렸다. 이 밖에도 ▶기초노령연금 2600만원을 횡령한 전남 여수시의 7급 직원 ▶생계·주거급여 2000만원을 빼돌린 전남 완도군 7급 직원 등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현재 전 지자체의 복지예산 수급자료와 은행자료를 분석하는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 인력 80명과 지자체에서 80명을 지원받는 대규모 감사가 될 전망이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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