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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4월 예술의전당엔 ‘교향곡 메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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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그래서 봄이 되면 예술의전당은 북적인다. 각 지방의 ‘동향 친구’가 공연장 로비에 모이고, 버스를 빌려 지방에서 올라오는 열혈 청중도 적지 않다. 응원 구호와 메달 쟁탈만 없을 뿐, 영락없는 전국 체전의 음악회 버전이다. 연주 곡목 선정에서 협연자와의 호흡까지, 오케스트라의 실력이 고스란히 비교되는 자리다.

17개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2009 교향악 축제’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1. 20년의 역사

교향악 축제는 예술의전당의 ‘돌잔치’였다. 89년 개관 1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둘, 지방에서 아홉의 오케스트라가 모였다. 부천 필하모닉이 이번 개관 연주를 맡은 것도 ‘2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부천필의 지휘자 임헌정(56)씨 또한 오케스트라 창단 이듬해인 89년 부임했다. 공연장은커녕 연습실도 없어 언 손을 녹여 가며 연주하던 오케스트라를 키워낸 것이 임씨다. 일찌감치 20번째 교향악 축제의 첫 주자로 정해졌던 그는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최희준씨가 객원 지휘한다. 오케스트라와 청중이 안타까움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관심사다. ▶4월 3일 오후 8시

2. 여성 지휘자

스무 해 동안 총 324번의 무대가 열리는 동안 한 가지가 없었다. 여성 지휘자다.

올해 KBS교향악단을 맡은 여자경(37)씨가 그 첫 주인공이 됐다. 한양대, 빈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경력을 쌓아 온 지휘자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으로 교향악 축제의 여성 신고식을 치른다. ▶4월 16일 오후 8시

3. 초연(初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은 20년 동안 12번 연주됐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은 14번이다. 이 반복 횟수는 늘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 보다 신선하고 균형 잡힌 프로그램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작품 세 곡이 이번 축제를 위해 작곡됐다. 우리 시대 한국 작곡가들의 생각과 작품 경향을 짚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작곡가 박준영·김청묵·박태종이 참여했다. 황성호의 관현악 노리 ‘파랑도’는 초연이 아닌 재연(再演)이지만 역시 창작 음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박준영(전주시향) 4월 5일 오후 5시/김청묵(KBS 교향악단) 16일 오후 8시/박태종(강남 심포니) 10일 오후 8시/황성호(제주 교향악단) 18일 오후 8시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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