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본회담 성사까지…김정일 승계후 첫 대외조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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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길고 지루한 협상을 거친 4자회담 본회담이 다음달중 개최된다.

한.미 양국이 회담을 제의한지 1년8개월만이다.

북한이 본회담을 수락하기까지엔 대북 식량지원과 본회담 의제 문제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북한은 올해초 "식량 1백50만t을 지원하면 4자회담을 수락하겠다" 며 4자회담을 식량회담으로 만들었다.

한.미가 '인도적 지원' 이란 이름으로 50만t 이상의 식량을 북한에 보낸 뒤에야 예비회담이 개최됐고, 본회담 개최를 앞둔 지금도 식량지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한.미는 "북한이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준수하며 본회담을 수락할 경우 매월 10만t 정도의 식량을 제공한다" 는데 합의한 뒤 "본회담 개최와 함께 대규모 식량지원에 나선다" 고 북한을 설득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엔 주한미군 문제를 들고 나와 한.미 양국을 당황케 했다.

북한은 어쨌든 지난달 2차 예비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식량지원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얻었고 이후 식량문제 이슈화를 철회했다.

주한미군 문제는 당초부터 식량지원을 노린 '협상용 카드' 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본회담을 진행하며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으므로 구태여 지금 고집할 필요성도 없다고 한다.

지난달말 식량.의제문제가 이같은 방식으로 해결되자 남북한과 미.중은 본회담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곧바로 '12월8일 본회담 개최' 가 합의됐으나 북한은 이후 " '12월 중순 본회담 개최' 를 수락하지만 날짜는 확정할 수 없다" 고 말을 바꾸었다.

외무부 당국자는 "우리의 대선 (大選) 일정을 고려할 때 본회담은 12월 10~15일께 개최될 것" 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4자회담 수락은 김정일 (金正日) 의 첫번째 대외정책이라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측은 그동안 "4자회담 공동 제안자인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임기내에 본회담이 개최돼야 한다" 고 북한을 압박했다.

김정일은 미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연내 본회담 수락' 으로 화답했다.

미측은 경제제재 완화나 북.미 장관급 접촉등의 상징적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주변 움직임이 보다 급박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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