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무색한 할리우드…러시아는 단골 '악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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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러시아가 없으면 할리우드도 없다.

최근들어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을 소재로해 대단한 성공을 거둔바 있는 '에어포스 원' 의 작가 앤드류 멀로이는 모스크바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할리우드의 최대 고민거리는 "구소련 붕괴에 따른 강력한 적의 실종" 이라고 털어놨다.

미국 대통령의 신변을 둘러싸고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벌이는 인질극을 기본 줄거리로 하는 '에어포스 원' 은 해리슨 포드가 제임스 마샬 미대통령 역을, 게리 올드먼이 러시아 테러지휘자 역을 맡았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흥행비결이 정의의 사도로 비친 해리슨 포드보다 공산주의 악당 게리 올드먼의 연기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나쁜 적을 찾을 줄 알아야한다" 고 충고한다.

'에어포스 원' 의 전례에 힘입어 현재 미국에서는 러시아 테러리스트를 소재로한 또 다른 영화 '피스메이커' 가 개봉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반응을 얻고있다.

주인공 니콜 키드먼과 조지 클루니는 뉴욕 유엔본부에 폭탄을 설치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맹활약을 벌이는데,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은 러시아는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영원한 강적인 것같은 착각마저 들게한다.

신흥부유층으로 떠오르는 러시아 마피아는 할리우드가 놓칠수 없는 또하나의 신소재다.

러시아와 동구권의 국제범죄조직을 다룬 여러 작품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보일 예정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 할리우드 영화인들은 가상적으로 중동 테러리스트와 외계인을 고안해냈다.

그러나 외계인은 '맨 인 블랙' 의 경우를 제외하면 공산주의만큼 공포와 긴박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중동 테러리즘을 다룬 영화는 아랍권에서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 이슬람성전을 뜻하는 '지하드' 를 소재로한 '진실같은 거짓' 은 아랍권의 수입 거부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미국의 영화기획자들은 '이상적인 적' 러시아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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