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러시아의 전략적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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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올들어 한반도 주변에서 아홉차례나 있었던 4强 정상들의 교유 (交遊)가 끝났다.

비록 각국 정상의 만남이 2국관계라고 하지만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개국의 대외정책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온 역사적 경험은 우리에게 이들 정상의 만남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게 한다.

이 4개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상들의 만남은 지구적 (地球的) 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특히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가 한때 적대적인 마찰을 빚으며 불안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지목된 적이 있어 두 나라의 접근은 온세계의 주목거리다.

중국과 러시아의 접근은 두 나라 모두에 정치적.경제적으로 의미깊은 일이며 특히 두 나라의 영향을 크게 받아 온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상황전개다.

중국과 러시아의 접근에 우리가 기대할 일은 많다.

그 첫번째는 물론 양국관계의 안정에 따른 한반도의 안정이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 사이에 오랫동안 분쟁의 불씨가 됐던 국경문제를 해결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또 하나 기대되는 점은 양국의 경제관계 발전이다.

냉전시대와 달리 최근의 정상회담 추세는 안전보장문제와 아울러 경제적인 요인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록 2국간 관계라고는 하지만 투자의 흐름과 에너지.환경 등 문제가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중.러 경제협력관계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베리아 천연가스 수송을 위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두 나라 정상이 합의한 것은 한국과 일본 역시 가스공급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의미깊은 일이다.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지난 봄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또 강조되고 있는 양국간 전략적 제휴 문제다.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의미로 흔히 해석되는 이 제휴관계가 한반도 주변의 영향력 확보경쟁으로 발전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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