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실루엣 스키니로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요즘은 패션도 남자도 날렵하고 가벼운 게 매력적이다. 슬림한 라인이 돋보이는 클럽모나코의 모던 시크스타일(사진 좌)과 작가 잭슨 폴락에서 영감을 얻은 비비드한 컬러감의 타미힐피거 룩(사진 우).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그래픽= 프리미엄 이원규기자
촬영 협조= 타미힐피거 · 클럽모나코
헤어= 정승신메이크업= 강미(뷰티숍 순수)
모델= 백철민 · 양승필 · 김정태(Kplus)

 찰랑대는 긴 머리에 라피아 모자 비껴쓰고 가죽 재킷을 걸치니 시쳇말로 ‘포스’가 남다르다. 나의 시선은 은근히 그를 훔치고 있다. 도자기 같은 피부에 질투가 느껴진다. 요즘 남자들, 여자보다 한술 더 뜬다.

 ‘꽃남’ 전성시대다. 7080세대의 젊은 시절만 해도 ‘날티 난다’고 했을 스타일이 패션 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다. 스타일에 ‘꽂히는’ 남성이 뜬금없이 나타난 건 아니다. 패션가에 회자하는 칼 라거펠트의 일화는 스타일을 향한 남성의 필사적인 열망을 대변한다. 그는 디올옴므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만든 스키니진을 입기 위해 나이 일흔에 무려 40kg을 감량했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그의 후예들이 패션가를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패션 관련 인터넷 카페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올라오는 내용들은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를 만하다. 신제품 정보는 물론,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려 스타일링을 공개하거나 브랜드에 관한 품평도 주고받는다. 할리우드 및 국내 스타들의 스타일링 모니터도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 카페의 입심 덕에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졌다는 업체도 있을 정도. 재미있는 것은 카페 회원의 남녀 비율.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D까페의 경우 7:3으로 남자가 두배 이상이다. 패션에 관한 남성의 관심도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패션에 내로라하는 남자들은 주로 스키니실루엣을 선호한다. 몸매가 나쁘면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남성 패션으로 파리에 1호로 진출한 솔리드옴므의 우영미 디자이너는 “남성미의 기준이 넓은 어깨, 탄탄한 근육질에서 요즘은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로 옮겨가는 추세다. 패션도 슬림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론칭한 시스템 옴므의 컨셉트도 비슷하다. 김은정 디자인 실장은 “처음엔 어색해하던 국내 남자 브랜드들도 이젠 앞 다퉈 스키니 실루엣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스키니진은 색상 및 디테일이 다양하다. 정장 팬츠는 허리 주름을 없애고 발끝에서 폭이 좁아지는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패셔너블한 남성들의 니즈를 제대로 겨냥한 시스템 옴므는 지난12월 롯데본점에서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타일 따라 쇼핑의 패턴도 달라졌다. 현대백화점 배준호 남성의류 바이어는 “복장이 캐주얼화하면서 남성들도 유행과 개성에 민감해졌다. 정장 입을 때와 달리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꼼꼼히 살피곤 한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지난 1월 ‘비즈스퀘어’라는 편집매장을 오픈했다.

 캠브리지 멤버스·맨스타·마에스트로 등 총 5개 국내 브랜드의 비즈니스 캐주얼 상품만따로 모았다. 남성 전용 쇼핑환경 조성의 첫 단계인 셈이다.

 동안 역시 남성들의 관심사. 비오템 홍보를 담당하는 목진영 과장은 최근 화이트닝과 안티에이징 제품을 찾는 남성이 늘었다며 “여자친구가 대신 사러 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매장을 찾아 피부고민까지 상담한다”고 설명했다.

 뷰티 살롱 순수의 정승신 부원장은 “스타일에 관한 한 남성이 여성보다 까다롭다”며 “요구사항도 디테일하고, 맘에 들면 단골이 되지만 안 맞을 경우 바로 발길을 끊는다”고귀띔했다. 꽃남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열매다. 그들의 깐깐함이 스타일·패션가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여자여, 긴장하라.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