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마샬 즉흥연주속에 숨쉬는 '거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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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 탄생 서거 60주년, 내년에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조지 거쉰은 '랩소디 인 블루' 와 뮤지컬 '포기와 베스' 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작곡가다.

지금은 재즈풍의 클래식을 작곡한 사람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가 뉴욕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현대음악의 기수' 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거쉰의 작품에서 피아노는 빼놓을 수 없는 악기다.

노래나 관현악에서 그는 피아노를 통해 악상을 전개해 간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에 심취했던 그는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 에 자극을 받아 한편의 세밀화 (細密畵) 같은 전주곡을 남겼다.

쇼팽.드뷔시.재즈의 영향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는 '3개의 프렐류드' 는 이 선율과 즉흥성으로 가득차 있는 이 음반의 '서곡' 으로 잘 어울린다.

피아노 반주에 의한 노래를 다수 남겼던 '멜로디스트' 인 거쉰은 자신의 노래를 피아노 독주로 즉흥연주하기를 좋아했고 이를 악보로 남기기도 했다.

오르가니스트.피아니스트.지휘자로 활동중인 웨인 마샬 (36) 이 거쉰의 노래를 자기 나름대로 즉흥연주해 녹음한 것도 작곡자의 의도와 충돌되지는 않는다.

'아이 갓 리듬' '껴안고 싶은 그대' '서머타임' '아이 러브 유, 포기' 등 주옥같은 거쉰 넘버를 즉흥연주에 담으면서 마샬은 웬만한 미스터치는 그냥 넘어가면서 이틀밤을 꼬박 지새 녹음을 끝냈다.

즉흥연주는 다시 하면 원래의 맛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두 군데쯤 틀린 음이 옥의 티로 발견되지만 바로 이때문에 즉흥연주의 매력이 돋보인다.

특히 12분 가량 계속되는 '서머 타임' 주제에 의한 즉흥곡이 이 앨범의 백미다.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피아노협주곡' 등 이미 3종의 거쉰 앨범을 내놓은 바 있는 마샬은 거쉰의 음악언어를 훤히 꿰뚫고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지난 9월13일 런던 프롬스 축제 피날레 무대에 등장, 오르간으로 메시앙의 작품을 연주한데 이어 피아노로 거쉰의 '아이 갓 리듬' 에 의한 즉흥곡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그는 작곡.지휘에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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