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닛산 무라노] 생긴 것도 움직임도 날렵해 … ‘무라노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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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 무라노(사진)는 크로스오버카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특유의 넉넉한 짐칸과 낮은 지상고, 스포츠세단의 날렵한 주행 감각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버무렸다. 아직 국내 소비자에겐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2003년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차다. 무라노는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과 분위기로 ‘무라노다움’(Muranoness)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현재 판매 중인 무라노는 지난해 1월 북미모터쇼에서 선보인 2세대 모델이다. 허공을 가르는 포탄처럼 미끈한 디자인을 뽐낸다. 차체 구석구석에 미래 감각이 물씬 스며들었다. 뼈대는 1세대 때의 FF-L과 다른 D플랫폼. 네 바퀴를 차체의 모서리로 힘차게 밀어내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동시에 믿음직스러운 자태를 완성했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와 뼈대를 공유한다.

인테리어는 2세대로 진화하면서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대시보드와 기둥은 실내를 오붓하게 감싸 안았다. 진회색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패널을 섞어 써서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계기판엔 붉은 띠를 둘러 스포티한 느낌을 불어넣었다. 시트는 여유로운 크기만큼이나 푸근하다. 뒷좌석은 분리해 접을 수 있고 등받이도 기울일 수 있어 편리하다.

엔진은 V6 3.5L 260마력, 변속기는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다. 시동은 키를 몸에 지닌 채 버튼만 눌러 건다. 아이들링은 적막 그 자체다. 깔깔거리는 디젤차에선 기대할 수 없는 특권이다. 가속엔 서슬 퍼런 날이 섰다. 고회전에서 토크의 정점을 콕콕 찌르는 가속 감각은, 회전 영역이 좁고 토크를 딸꾹질하듯 쏟는 디젤차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무라노의 몸놀림은 경쾌하다. 가볍고 강성 높은 뼈대와 생기발랄한 서스펜션이 어울려 민첩한 움직임을 낳았다. 스티어링은 부드럽되 정교한 맛이 살아 있다. 서스펜션은 탄탄하되 불쾌한 충격은 부지런히 거른다. 모든 방향의 움직임에 반듯반듯한 균형미가 배어 들었다. 스포츠세단의 조건으로 날렵한 스타일, 풍성한 파워, 가벼운 몸놀림을 꼽는다. 무라노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지형에 개의치 않을 껑충한 키까지 챙겼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cuty74@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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