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금융 부자 열명중 넷 "돈 굴릴 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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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융권 부자 10명 중 4명은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 다른 4명은 하반기에 주식이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이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으며, 10명 중 2명은 오히려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지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 11곳과 거래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일부 증권사는 5억원 이상)인 부자 1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재테크 전망 및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부자들은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꼽은 순서와는 달리 주식과 은행예금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 응답자의 38%는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주식 투자의 적기로 올 3분기와 4분기를 꼽은 사람이 각각 34%와 37%에 달했다. 주식을 한 종목만 살 경우 어떤 종목을 사겠느냐는 질문엔 49%가 삼성전자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국민은행(4%).삼성SDI(4%).현대자동차(3%).LG전자(3%) 순이었다.

은행의 실질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 돌입했는데도 은행예금의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26%나 됐다. 부자들이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다. 하반기에 부동산 투자가 유망하다고 꼽은 사람은 12%에 그쳤다. 특히 수도이전과 관련된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할 의향이 있거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동원증권 개인자산관리(PB)팀 권문규 차장은 "행정수도 후보지는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고 정부의 규제 강화가 확실시되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서 "수도이전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재테크 목표 수익률은 10%가 가장 많았고(58%) 연간 10% 미만의 수익률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도 26%로 적지 않았다.

재테크를 혼자서 결정한다는 부자는 36%였고, 주위와 의논할 경우 금융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65%였다.

◇PB 담당자와는 다른 생각=금융회사 PB 담당자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명(63%)이 주식을 하반기에 가장 유망하다고 꼽았다.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PB 담당자는 7명(15%)에 불과했다.

부자들 중에는 연간 목표 수익률을 10%로 잡는 사람이 많았지만, PB 담당자는 46명 중 33명(71%)이 고객에게 연 10% 미만의 수익을 올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은행 백미경 PB부장은 "고객들은 아직 과거의 고수익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반면 금융회사 PB 담당자들은 금리.상품정보를 항상 접하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고객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며 "요즘도 하반기엔 재테크 상황이 나아질지 모른다는 기대심리로 MMF 등 단기성 상품에 유동자금을 묻어 두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나현철.손해용 기자

(도움 준 금융회사=국민은행.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제일은행.조흥은행.하나은행.한미은행.대투증권.동원증권.삼성증권.한투증권.LG투자증권/은행.증권,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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