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유학생둔 말레이시아 가정, 통화폭락에 주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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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영국에 유학중인 스무살 된 아들과 고등학생인 딸 (18) 하나를 둔 말레이시아의 시유 웬퐁 부부의 얼굴에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주름살이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장남 찬총에게 부쳐야 할 학비부담이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유가 아들에게 보내는 돈은 한 학기당 미화 2만1백달러 안팎. 생활비까지 합치면 액수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최근 동남아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유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말레이시아 가정의 학비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유는 날마다 신문의 환율 시세표를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들 부부는 아들을 영국에 보낼 당시 유학비로 잡았던 액수를 파운드화로 바꿔보내려면 국내 돈을 38% 정도 더 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쉰다.

현재 교육부에 등록된 말레이시아의 해외 유학생은 약 4만6천명.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학생중 일부는 재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자비 유학이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화교와 인도인들은 소수민족 정책으로 인해 일정 인원만이 실력으로 치열한 경쟁을 뚫거나 엄청난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시유는 아들만큼은 우수한 대학교육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집념때문에 아들의 유학을 포기시킬 생각은 없다.

아들이 사우스햄튼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맞이해 한숨을 돌리게 된 시유는 집안형편이 어렵지만 외동딸 웨이쏭 역시 영국으로 유학 보낼 생각을 갖고 있다.

시유는 딸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링깃화의 가치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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