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실업시대]1.노사공존 지혜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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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규모 축소로 신규 취업희망자들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인력감축및 재배치가 본격화되며 일터를 떠나는 샐러리맨들도 많다.

본격적인 고 (高) 실업 시대가 오는 것인가.

그러나 기업들은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당면한 고용및 실업 문제의 원인과 실태, 문제점등을 현장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살펴본다.

이번 30대그룹 대상 설문조사는 앞으로 고용불안과 실업이 더이상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장 심각한 경제.사회문제의 하나가 될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해 일부 대기업들이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면서 불기 시작했던 감원 바람이 많은 대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의 신규채용 축소 분위기가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숙인 아버지에 이어 고개숙인 아들과 딸들이 양산될 전망인 것이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환율폭등.주가폭락등 금융불안마저 겹쳐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몸집줄이기는 기업 자체의 도산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자리 감축은 근로자들의 반발과 불안심리의 확산등 경제.사회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올 수 있다.

◇ 일자리가 줄어든다 = 이번 설문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들의 감원 러시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3월 30대그룹 대상 설문조사를 했을때만 해도 4개그룹만이 명예퇴직 제도 도입 의사를 밝혔었다.

(본지 4월1일자 25면 참조) 또 당시 조사에서 올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그룹은 4곳, 줄이겠다는 그룹은 17곳으로 조사됐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 내년에는 올해보다 채용규모가 더 줄 것으로 응답,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중앙일보가 지난 7월 실시했던 30대그룹 임직원수 추이 조사때에는 10개그룹이 올들어 임원수를 줄였고, 9개 그룹은 직원수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었다.

이는 96년 한햇동안의 임직원 감축그룹수 (임원 감축 6곳, 직원 감축 4곳) 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25개 그룹이 잉여인력이 있으며, 17개 그룹이 감원계획을 밝혀 대기업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일자리를 갖고있는 사람이든, 앞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든 모두 심각한 '일자리 공포' 현상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 가시화되는 고용불안 = 30대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내년도 기업 구조조정작업에서 가장 역점을 둘 분야' 로 한계사업 정리 (13개그룹) , 비수익성 자산매각 (10개 그룹) , 인력재배치 (5개그룹) 등을 꼽았다.

대부분 그룹 (20곳) 이 내년 실업률도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관련 내년도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으로는 '정리해고등 고용불안' 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24개그룹) '임금동결 반발' 이나 '노조상급단체간 선명성 경쟁' 등의 응답은 각각 3개그룹에 불과했다.

결국 내년 노사관계의 키는 고용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내년부터 파트타임제 (11개그룹).변형근로제 (9개그룹).선택적 근로시간제 (4개그룹).재량근로제 (2개그룹) 등 새로운 근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기업이 많아 고용 형태가 더욱 다양화될 전망이다.

이는 경영자로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근로자들에게는 심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金榮培) 상무는 "최근 기업들의 인력조정은 단순한 인건비 감축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자구책의 일환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야기되는 조직재편의 성격을 띠고있다" 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윤우현 (尹于鉉) 정책부국장은 "실업율과 임시직 취업자의 비율이 높고 임금만으로 모든 생계를 해결해야하는 우리 노동시장의 특성에 비춰볼때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은 오히려 노동시장 구조를 악화시킬수 있다" 고 우려했다.

◇ 기대어려운 월급 봉투 = 내년 임금인상률에 대해 30대그룹중 19개그룹이 올해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보다 높을 것' 이란 응답은 3개그룹뿐이었고 6개그룹은 '올해보다 낮을 것' , 2개그룹은 '동결할 것' 이라고 응답했다.

또 내년도 수당.복지후생비등의 지급 규모에 대해서도 대부분 (26개그룹) '올해와 별 차이가 없을 것' 이라고 응답했다.

이같은 응답결과엔 근로자들이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가 다분히 섞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별취재팀〉민병관 차장, 홍병기.이원호.양선희.이승녕 기자 (경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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