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旅券 민족차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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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족표기 폐지가 민족차별을 확대시킨다.

' 러시아 정부가 민족표기란 때문에 민족차별의 수단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국내용 여권을 폐지하고 최근 민족표기란을 없앤 신여권 발행을 시작하자 '민족자결권 침해' 라는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옛소련 시절부터 발행돼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처럼 사용돼왔던 러시아의 국내용 여권은 민족표기란때문에 유대인등 소수민족 박해에 요긴하게 이용돼 왔다는 비난을 받아왔었다.

이 여권을 통해 특정인이 어떤 민족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니는 학교나 직장을 용이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옛소련 붕괴후 지난 93년 새로 제정된 헌법은 러시아 모든 민족에게 평등한 새로운 시대를 약속했으며 그 일환으로 '이제 더 이상의 민족차별은 없다' 는 모토하에 최근 국내용 신 여권이 등장하게 됐다.

그러나 소수민족의 대대적 환영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 민족표기란의 폐지는 몇몇 비 러시아계 민족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민족표기를 없애고 제정러시아 문장 (紋章) 을 사용하게 되면 이는 소수민족들로 하여금 민족의식을 흐리게 하고 결국 이는 민족자결권을 방해하려는 정부의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인 것이다.

특히 3백70만명의 타타르공화국과 남부 카프카스지방은 신여권 발행중단을 결의했다.

하지만 러시아내 인권운동가들은 "민족표기란이 없어지면 공무원들이 민족차별을 할 근거가 더 이상 없어지게 된다" 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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