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 신한국당 탈당까지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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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대통령의 7일 신한국당 탈당은 '전격적' 이라며 청와대측은 여러가지 의미를 달고 있다.

그러나 하도 겉과 속이 달라 믿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김용태비서실장은 "탈당얘기가 있었지만 金대통령은 검토하지 않는 쪽이었다" 면서 "그러나 상황이 탈당 결심을 재촉했다" 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은 지난 3일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회담때 탈당하지 않는다고 했고, 5일까지도 이에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으로 金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었다는게 金실장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회창후보의 탈당요구를 대선 후보와의 단독회담으로 받아치면서 이미 탈당의 수순 (手順) 을 밟아 왔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특단조치인 탈당 카드를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는 시점를 잡으려 고심해 왔다" 고 지적했다.

어쨌든 金대통령이 탈당쪽으로 기울었다는 기색을 보인 것은 6일 아침부터다.

이런 심정변화를 눈치챈 金실장은 6일 저녁 김광일 (金光一) 특보, 조홍래 (趙洪來) 정무.문종수 (文鐘洙) 민정.박세일 (朴世逸) 사회복지.신우재 (愼右宰) 공보수석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金대통령의 이같은 결심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金대통령의 결심을 '포장' 해주는 전략모임이었다.

회의에서는 폭로전을 막는 담화문을 내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당적을 포기하자' '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사표시만 하자' '거론말자' 는 세가지 의견으로 탈당문제는 나뉘었다.

이런 의견들을 金특보는 金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金대통령은 이날밤 혼자 고심,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金특보는 청와대를 끌고 들어가는 "이런 정쟁 (政爭) 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통령부터 가시적 조치를 해야한다" 고 건의했다.

金대통령은 7일 오전8시15분 신우재대변인을 본관 집무실로 긴급 호출, 탈당 사실을 공식 발표토록 지시했다.

이어 金대통령은 전 수석비서관을 긴급 소집, 탈당 결심 취지를 설명하고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金대통령의 신한국당 결별은 96년 2월 신한국당이 출범한지 1년9개월만이며, 전신인 민자당으로 3당합당 (90년 1월) 까지 따지면 7년10개월만이다.

金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인 92년 9월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의 탈당을 '무책임하다' 고 비난한 적이 있지만 자신은 '타의 (他意)' 에 의해 탈당의 길을 걸어야했다.

金대통령이 폭로전 과정에서 가장 분통을 터뜨린 대목은 부인 손명순 (孫命順) 여사가 이인제후보의 부인 김은숙 (金銀淑) 여사에게 2백억원을 줬다고 국민회의측이 의혹을 제기한 대목이라고 한다.

金대통령은 "우리 집사람은 돈도 잘 셀줄 모르는데…" 라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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