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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한국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일본에서 내놓라하는 중국 정보 전문 사이트를 서핑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중국 전문 뉴스와 정보를 다루며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이트에 한국에 관한 글이 최근들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국 블로그]라는 말머리를 달고 한국에 관해 중국인이 쓴 블로그 글이 일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에 게재된 글 세 편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이명박 대통령’, ‘가짜 상품’, ‘문화 논쟁’에 관한 글이었다. 우선 세 편의 글 내용을 살펴보자.

#1. 한국 대통령이 중국에 요구하다 “대한반도(大韓半島)라 불러라”

지난 3월 13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조선반도라는 명칭을 대한반도(大韓半島)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또, 조선반도라는 말을 앞으로는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한다"고 선언했다. 이 블로그를 쓴 중국인은 이것이 한국의 ‘탈중국’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추측한다. 다음은 그 블로그 요지.

3월 13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조선반도라는 명칭을 대한반도로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 또, 조선반도는 말을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다수의 국가가 한쪽을 KOREA(대한민국)이라 부르고, 다른 한쪽을 NORTH KOREA(북조선)으로 부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국가가 존재하는 반도를 조선반도라고 부르고있다"고 발언. 이어서 “중국에는 조선족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 조선반도라는 명칭에는 마치 우리가 다른 사람의 땅에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라고 발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그날 서울에 있는 중국어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는 ‘조선반도’라는 명칭이 ‘대한반도’로 수정됐다.
즉, 이명박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숙제’를 내놓은 데다, 그 숙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백년 동안 사용해온 한자를 버리고 있다. 중국을 느끼게 하는 명칭을 폐지하는 ‘탈중국’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의(중국의학)’을 ‘한의(韓醫)로 변경했고, 수도 서울의 한자표기를 ‘한성(漢城)’에서 ‘서우얼(首爾)’로 변경했다.
확실히 한국의 경제와 정치, 군사, 스포츠 위상은 한국 국민이 자랑할 만하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성장률 7% 확보, 일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세계 경제 규모 7위를 달성한다는 ‘747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탈중국’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중국에 대해 ‘분명하게 어울리지 않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보다 더 중국에 ‘숙제’까지 내 놓다니 당치도 않다!

#2. ‘한국에도 가짜 상품, 중국과 한국은 오십보 백보’

중국에 ‘산자이(山寨)’라는 말이 유행이다. 정부의 관할이 미치지 않는 ‘무법지대’라는 의미가 바뀌어 복제 상품이나 패러디 상품을 가리킨다. 이 블로그는 한국 메이커의 홈페이지를 본 중국인이 한국에도 ‘산자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소개한 것이다. 아래는 그 블로그 요지.

구체관절인형을 넣어 운반할 수 있는 전문 가방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있으면 인형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고 꺼내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중국인이 구체관절인형을 카피하여 싼 가격에 판 사건이 있었다. 이것을 안 한국 메이커는 중국으로부터 공식 홈페이지의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정식으로 인형을 구입한 중국의 애호가는 수리나 유지 보수 시에 가짜 인형을 가진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친척인 한국 업체의 인형용 전문 가방을 사다 준다는 말에 흥분해 제조업체의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거기서 본 것은 놀람과 실망만 안겨 줬다.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로고와 비슷한 가방은 자세히 보니 로고가 ‘Pior’라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또 펜디(FENDI)처럼 보이는 가방도 있었다. 진짜 펜디의 로고는 ‘F’가 두 개 붙어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F’와 ‘L’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중국도 한국도 오십보백보라 할 것이다.

#3. 중국인이 한국인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

예수 그리스도는 한국인이다. 석가모니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스시는 한국인이 만들어 냈다는 등, 한국인에 의한 다른 나라 문화의 ‘탈취’는 끊이지 않는다. 중국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공자는 한국인이다라는 등의 주장도 존재한다. 이 블로그는 반한감정을 가진 중국인 블로거가 한국인에 대한 의견을 쓴 것이다. 이하는 그 화제의 블로그 요지.

2008년5월12일 쓰촨대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에 살던 중국인은 고난에 찬 생활을 강요당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피재민에게 원조의 손길을 보냈다. 피재민에게 모여드는 원조를 보며 나는 세계인들의 온기에 감사했다.
삼성 중국 본부도 쓰촨대지진 뉴스를 듣고 자금원조를 하려 했으나 한국 본부로부터 저지를 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이유로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 불과 1만 명이 죽은 일에 자금을 원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본 조차도 자금 기부를 해 주었는데 한국인은 인간의 마음이 없는 것일까?
한국 소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에는 중국의 많은 지방은 한국의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 한국인 말에 따르면 중국의 동북부 3개 성은 한국령일 뿐 아니라 게다가 나도 한국인이며, 명(明)왕조의 창시자 주원장도 공자도 한국인이라고 한다. 인터넷에는 ‘대만을 때리는 사람에게는 10위안을, 일본을 때리는 사람에게는 100위안을, 한국을 때리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바친다”라고 써놓은 글이 있다. 이는 많은 중국인의 기분을 대변한 것일 것이다.
한국은 왜 중국을 원망하는 것일까? 중국은 한국인이 싫어하는 나라 순위에서 일본 다음 제2위에랭크됐다. 중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반목한 것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의해 거듭되는 중국문화의 강탈은 중국인을 분노시켰다. 그 분노는 다시 한국인의 마음을 차게 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국의 욕을 먹을 일을 한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의 위대함을 칭찬해 왔다. 한국인이 제멋대로 우리 중국인에게 욕을 해 온 것이다. 우리는 그 욕에 기분 나빠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마디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한국인이 무엇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한국인의 소유가 아닌 것은 언제가 되도 한국인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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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 가운데 첫번째 이명박 대통령의 글은 완전히 날조다. 중국 인터넷에 이 글은 무수히 퍼져 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글에 적힌 13일 오전에는 경남 진해 군항에서 열린 소말리아 해역 파병부대(청해부대) 환송식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63기 졸업·임관식에 참석했다. 중국 블로그에 실린 기자회견은 없었다.

일전에 '짱꼴라'의 어원에 대한 글(http://blog.joins.com/xiaokang/10079898)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한국과 중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괴퍅한 버릇이 있다.

이간(離間) [명사]두 사람이나 나라 따위의 사이를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함. ≒반간(反間).
반간(反間) [명사]≒이간(離間). 간첩을 잡아서 역이용함.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 나온 정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전장에서 다수의 적들을 분열시켜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국익을 쟁취하기 위한 현대 외교 현장은 전쟁터와 다르지 않다. 바로 반간계(反間計)와 이간질이 난무하는 이유다.

적의 적은 동지다. 그렇다면 적의 동지는 적이다.
일본과 미국은 경제 측면이나 레토릭에서는 아니라지만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한국에게 중국은 적인가 아닌가.
일반론적으로 한국이 중국을 백안시하면 일본과 미국은 한국을 우군으로 볼 것이다.
반면에 한국이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 일본과 미국은 한국을 적의 동지로 볼 것이다.
역으로 한국이 미·일 주도의 MD와 PSI에 적극 참여하면 중국은 한국을 적의 동지로 보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반간계가 펼쳐질 여지는 커질 것이다.

현대는 공공외교의 시대다. 외교관들만 외교를 하는 시대가 아니란 이야기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은 '2월 위기설'에 한국은 '3월 위기설'에 불안해 했다. 지난해 11월17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의 ‘2월 위기설’이라는 제목으로 중국공산당 고위지도부가 대규모 사회소요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의 ‘2월 위기설’은 일본 언론이 군불을 뗀 ‘중국 흔들기’에 불과했다. 일본계 자금의 대거 철수로 외환위기가 재발한다는 한국의 ‘3월 위기설’도 다행히 설(說)로 그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오늘도 일본과 중국의 인터넷에는 한국을 ‘씹어대는’ 무수한 글들이 난무한다. 매체에서 보도한 글 뿐 만아니라 초야의 네티즌들도 이 '공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이웃인 중국과 일본 국민 모두가 한국에 적대적으로 변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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