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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MBC 'PD수첩' '석용산 스님을 뭘 갖고 저승가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4일 밤 MBC 'PD 수첩' 의 '석용산 스님은 뭘 갖고 저승 가지' 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보여준 역작이었다.

사실을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방법, 단서들을 끈질기게 찾아다닌 노력등이 화면에 넘쳤다.

이날 'PD 수첩' 은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갖고 가지' 의 저자 석용산 스님을 둘러싼 성추문과 각종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는 내용. 성추문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라는 이모씨의 증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단지 피해자라는 사람의 말만으로 끝났다면 그건 단지 '이런 주장도 있다' 는 것에 불과할 뿐. 'PD 수첩' 은 여기에 조계종 호법부 관계자의 "자체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계종 종단의 결정으로 "석용산 스님을 승적에서 제적시켰다" 는 말을 더했다.

또 '석용산 스님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다 말았다' '결혼한 적이 없다' 는 이야기들도 학적부 등의 자료와 증언자를 확보해 하나하나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 석용산 스님의 입장을 변호하는 말들도 빼놓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만든 윤길룡 (40) PD는 오히려 "종교집단이라는 상대방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석용산 스님 지지자의 말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나갔다는 생각도 든다" 고까지 말했다.

종교집단을 정면에서 다룬 용기도 돋보였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언론이 종교집단을 좋지 않은 시각에서 다루었을 경우 갖가지 극한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현실. 실제 석용산 스님을 따르는 승려.신도 1백여명이 지난달 28일과 방송 당일 MBC에서 '방송이 나가면 분신하겠다' 며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방송이 나간 것은 취재 내용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석용산 스님측이 'PD수첩' 제작진을 대할 때 거친 태도로 일관한 것처럼 보여준 것은 옥의 티였다.

인터뷰 요청 거부 장면등이 편집을 통해 격한 반응 위주로 보여진 것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의도적이었다는 인상을 남길 수도 있었던 부분. 부산 공덕원 원장 효선 (30) 스님은 방송 이튿날 중앙일보와의 전화에서 " 'PD 수첩' 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 고 밝혔다.

"내용중 어떤 점들이 잘못됐느냐" 는 질문에는 "현재의 상태를 보지 않고 과거의 일만 들췄다" 고 막연히 말하더니 "사실 밤까지 MBC에서 시위를 하고 내려와 프로그램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나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신중히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 요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은 선정적인 소재들을 잡아 그저 '이런 것들이 세상에 있다' 고 말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인가.

그런 가운데 방영된 4일의 'PD수첩' .우리나라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여기서 보여진 취재의 노력과 접근의 치밀함으로 늘 채워지기를 바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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