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중 7단이 37로 젖혀 집을 취한다. 살짝 공격도 겸한 수. 이세돌 9단은 지체 없이 40으로 받아둔다. A로 나오면 끊어지는데도 이렇게 뛴 것이 소위 유연하고 탄력적인 행마. 37로는 ‘참고도’ 흑1처럼 중앙 쪽에서 압박할 수도 있었다. 백2엔 흑3으로 막아 매우 두터운 모습이다. 흑 모양에 힘이 넘치는데 왜 이렇게 두지 못했을까. 발이 느릴까 걱정한 것이다. 두텁지만 조금이라도 느리면 비효율의 위험이 있고 집에서 뒤지게 된다. 두터움이냐, 비효율이냐. 그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해 판단이 어렵다. 더구나 이 판처럼 큰 승부에선 몸의 모든 감각은 실리(37, 41) 쪽으로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 여파로 흑의 중앙이 떴다. 공격당할 돌도 아니지만 산 것도 아니다. 이세돌 9단은 그 돌을 멀리서 응시하며 50으로 굳힌다. 46에서도 이세돌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50 역시 정중동(靜中動)의 유유한 자세다. 집에서 뒤진 듯한데 그냥 돌의 마음에 순응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컨디션이 좋을 때의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