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3세 아니타 최, 러시아 최고스타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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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옛 소련시절 격정적인 몸짓, 짙은 허스키로 대중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던 빅토르 최가 우리 곁을 떠난지 7년. 러시아의 대중은 새로운 우상을 갖게 됐다.

주인공은 바로 아니타 최 (26) . 자그마한 몸집에 폭발적인 가창력, 사회성 짙은 가사로 그녀는 데뷰한지 몇개월만에 벌써 러시아의 새로운 대중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신인들에게 인색하기로 소문난 러시아 최대의 음반회사인 '소유즈' 는 그녀의 데뷰앨범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곧바로 장기독점계약을 추진중이고 러시아의 가장 인기있는 FM방송국인 '힛트 FM' , '라디오 스토아진' (라디오101) 등은 그녀의 대표곡 '팔료트' (飛行) 를 거의 매시간 틀어대고 있다.

아니타 최는 "팔료트는 7년전에 사망한 러시아의 전설적인 가수 빅토르 최를 추모하며 그의 재능에 대한 존경과 후배로서의 사랑을 담아 그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곡" 이라며 같은 최씨성을 가진 가수로서 빅토르 최에게 특별히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팔료트 외에 현재 그녀의 1집 앨범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곡은 '마마' (엄마) . 이 곡은 체첸전쟁, 어려운 경제사정등으로 남편을 잃거나 이혼당한 러시아의 젊은 엄마들이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로 나서거나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면서 엄마와 헤어지게 된 아이들의 슬픔을 노래한 곡. 사회성 짙은 가사에 짙은 허스키의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불려지는 '마마' 는 현시대 러시아 가정의 아픔을 노래한 대표적인 곡으로 벌써부터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니타 최는 외조부가 하바로프스크 제1협동농장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바 있는 한인 3세.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 출신으로 무대예술을 전공했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춤.연기.작곡등에 능해 모스크바 예술창작경연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6일 모스크바의 한 식당에서 만난 아니타는 11월말 있을 초대형 공연일정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면서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 마이야 플리세츠카야, 오페라 가수 엘레나 오브라초바등도 초대손님으로 참가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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