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현 경제난 극복위해선 정부 발상 바꾸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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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개방바람, 연쇄부도 파문, 금융.외환시장 불안심리, 증시불안등 우리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제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하고 현주소를 파악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경제는 경기순환 차원의 불경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잠재력의 감퇴 시점에 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경기순환 경로를 따라 부침을 거듭하며 힘겹게 달려왔다.

한국 경제를 자전거 경제로 부른다.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의 속성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발상 전환에 의해 현재의 위기를 체질 강화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후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과거의 경기순환적 경로와 달리 현재의 한국 경제는 천애의 가파른 '단층' 이 가로놓여 이제 자전거로선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자전거라는 수단의 유용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이상 이제 2륜거를 4륜차로 바꿔야 한다.

이러한 단층구조를 뛰어넘기 위한 자동차로의 교체는 이에 수반되는 구조전환 비용과 더불어 재원조달의 문제를 야기한다.

4륜차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구입비용, 운전기술및 도로의 건설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골길과 소로를 달리며 누리던 풋풋한 정서의 향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 변환의 시대에 발상의 전환과 그 착상을 위한 하부구조의 건설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은 이 상황에선 선택의 여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강요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금융개혁이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발상 전환에 해당된다.

경기순환적 경로에서 30년간의 경험으로 얻어진 자전거 운전의 지혜를 그대로 답습해 낭만적 (?) 정서를 고집할 것인가,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신속성과 편리성의 대가로 정서가 메말라가는 아픔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각 경제주체들이 기득권을 고수하고자 4륜구동을 위한 운전면허 취득을 거부해 2륜거 타기를 고집하기엔 너무도 절박한 시점이다.

그만큼 금융개혁은 절실하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 건설 지출 또한 사회적 비용의 일부에 속하겠지만 이는 또다른 발상 전환을 필요로 한다.

사회간접자본에의 투자에 대한 편익이란 장기에 걸쳐 일어나고 그 수혜자는 현세대 뿐만 아니라 차세대도 포함된다.

따라서 이를 현 세대의 조세 수입만으로 투자 비용을 충당한다면 국민적 조세 저항및 형평성의 문제를 유발시킨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균형재정의 금과옥조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왔다.

장기국채 발행을 통해 공공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발상 전환을 주저하고 개혁을 유보한다면 우리에게 기대할만한 미래는 없을 것이다.

도명국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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