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혁칼럼]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연합에 없는 두개의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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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DJP합의에 대해 허다한 문제점과 허점 (虛點) 이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사람과 임기문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미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지만 가급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DJP정권이 출범하면 바로 그날부터 '국회의원 천하' 가 될 전망이다.

모든 요직은 양당이 나눠 갖고,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살리는 정부운영이 시작된다.

아울러 양당이 힘을 합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게 된다.

양당은 개헌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다른 당에서 70여명의 의원을 끌어들여야 한다.

내각제가 뭔가.

의회 다수파가 정권을 잡고, 의원이 대부분의 각료를 겸직하는 것이 내각제 아닌가.

더구나 개헌을 성사시키자면 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되므로 의원들의 주가가 치솟을 것은 뻔하다.

따라서 DJP정부의 요직은 양당 의원들이 다 차지하고 외부인사의 발탁은 생각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관료들의 출세길도 크게 막힐 것이다.

양당에 영웅.호걸이 많은 것은 다 알지만 그렇다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새 정부가 양당인사들만으로 짜여도 과연 괜찮을까. 그만한 경륜과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양당이 갖고 있는가.

사람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벌써 자민련에서는 안기부와 통일.국방등은 자민련이 맡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제부총리는 TK에게 줘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국민회의도 가만 있을 리 없다.

50대50을 철저히 지키면 장관 = 국민회의 차관 = 자민련, 장관 = 자민련 차관 = 국민회의, 이런 현상이 나올지도 모른다.

양당은 혹 문호를 개방해 널리 인재를 영입한다고 할지 모르나 국회의원 세상이 된 판에 의원 몫도 모자라는데 외부의 누구에게 감투를 나눠 줄 수 있을까. 게다가 개헌을 위해 70여명을 끌어들이자면 그들에게도 뭔가 '대접' 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판에서 '맨입' 으로 되는 일이 있는가.

불가불 양당이 각자의 몫에서 일부를 쪼개야 하는데 이렇게 보면 새 인물 발탁은 더욱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새 정부가 해야 할 국가적 과제를 생각하면 기존 양당의 테두리를 넘는 인재의 충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닥에서 헤매는 경제를 회복하고 21세기 국가경영의 틀을 짜고 본격적인 통일준비를 해야 하는 새 정부의 과제들을 추진하자면 이 나라 최고의 인재, 고도의 전문성과 시대감각을 갖춘 능력있는 정책팀이 들어서야만 할 것이다.

DJP합의는 바로 이런 사람문제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양당이 50대50으로 몽땅 나눠 먹는다는 것은 양당인사들은 만족시킬지 모르나 국민으로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양당이 30대30, 또는 25대25 정도로 나눠 갖고 나머지는 각계의 능력있는 인물 발탁을 위해 여백 (餘白) 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DJP합의에서 걱정되는 또 한가지 문제는 DJ와 JP의 임기문제다.

양당이 집권하면 개헌이 되기까지 DJ는 대통령, JP는 총리가 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

내각제헌법에서 대통령임기를 4년 중임제 (重任制) 로 하면 DJ에겐 2008년까지 재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도 볼 수 있다.

양당이 추구하는 독일식 내각제는 대통령임기를 5년 중임제로 하고 있는데 과연 이 모델을 따를 것인가.

또 JP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선택해 2000년에 초대수상이 될 것인가.

만일 DJP가 집권에 성공한다면 DJ나 JP 모두 2000년 이후까지도 당 장악력이 강화되면 됐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각제에서는 그만큼 더 보스의 권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때 가서도 계속 대통령과 수상을 하게 될 공산이 커지는데 이런 일이 국가와 국민에게 과연 바람직한가.

DJP합의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혹시 '과욕부재증명' 같은 보완장치의 필요성은 없을까. 만일 DJP가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이 곧 3金청산과 세대교체라는 국민적 염원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21세기엔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나와야 하고 그런 인물을 굳이 양당 테두리 안에서만 찾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송진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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