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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중간결산…하루 입장객 만2천여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수준높은 전시라는 호평을 받으며 일단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은 제2회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남은 날보다 지나간 날이 더 많아졌다.

지난달 30일과 31일 광주 중외공원 관리사무소 강당에서 열린 '97 광주비엔날레 학술심포지움' 을 분기점으로 88일의 긴 여정 가운데 삼분의 이가 지나갔다.

단 하루의 휴관없이 계속됐던 제1회때와 달리 이번은 매주 월요일마다 휴관. 하루 입장객도 평균 1만2천여명 선으로 지난번 행사의 절반 수준을 유지하면서 조용하고 평온하게 진행중이다.

전시장 내의 사람수가 적다보니 보다 관람조건은 보다 쾌적한 상태다.

지난 행사 당시 말썽이 됐던 관람객들에 의한 작품 훼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시장 내의 평온과는 달리 국내 미술계에서는 전시구성 방식과 주제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려 적지않은 열기를 뿜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는 하랄드 제만등 일류 커미셔너에 일류 작가들로 구성돼 일단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과연 주제를 적절하게 구현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최고 전시기술자들의 전시인만큼 국내에서 보기 드문 수준높은 전시인 것은 분명하다" 고 말한다.

하지만 "커미셔너의 성실성에 문제가 있다" 며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거리식으로 한 커미셔너가 이끄는 작가군이 일괄적으로 오는등 실망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고 덧붙이고 있다.

동양의 음양오행 철학과 연결시킨 주제가 너무 현학적이라 커미셔너들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영철 전시기획실장은 "한사람의 커미셔너가 이끄는 스타시스템으로 진행되는 외국 비엔날레와 달리 중심이 없는 것이 광주비엔날레가 내세우는 차별성"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1백억원을 들여서 전시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국내 큐레이터 하나 못키운 채 서구에서 늘상 있는 전시를 그대로 들여온 것에 불과하다" 는 일부 미술계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기에는 약해 보인다.

이같은 외부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본전시에는 많은 화제거리가 나오고 있다.

개막 전부터 살아있는 구렁이가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중국작가 황용핑의 '출발' 은 또 한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작품의 일부로 설치물 속에 넣었던 구렁이 20마리 중 대부분이 죽어버린 것. 작품 앞에는 '구렁이들이 동면하러 떠났다' 는 안내문이 적혀있지만 사실은 13마리는 이미 죽고 나머지 7마리가 관리가 어려워 인근 동물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생성' 전의 파스칼 마르틴느 타유의 작품 '미로' 는 미로속에 기아 (饑餓) 를 상징하며 메달린 북어가 개막 초기부터 '안주감' 용으로 도난당하는등 약간의 수난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혼성' 전에 참가하고 있는 다국적 작가 그룹인 갈라 커미티의 작업 '장소의 이름으로' 역시 작품의 일부로 국내 맥주회사가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맥주를 제공해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세시간동안 관람객들에게 맥주를 나누어주는데 날씨가 더울 때는 하루 스무박스 이상 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한 '손님' 에게 줄 수 있는 최대량은 석잔. 개막 초기에는 원하는 만큼 주었으나 취해서 "안주까지 내놓으라" 는 실랑이가 벌어지는등 문제가 생겨 제한하기로 했다고. 비엔날레 개막 초기에는 입장객 수가 적어 조직위측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10월에는 평균 하루 1만4천여명이 들어오는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초 목표인 1백만명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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