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 소설·일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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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50년대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주도했던 전설적인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사후 30주년을 맞아 추모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관한 소설과 일기가 남매지간 저자들에 의해 나란히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누나 유현숙씨가 쓴 장편 '체 게바라' (자음과모음刊) 와 동생 유재운씨가 번역한 '체의 일기' (거리문학제)가 그것. 소설 '체 게바라' 는 아르헨티나 상류가정 출신의 의사로 핍박받는 민중들의 삶을 목격하고 질병보다 세계적 모순을 치료하고자 했던 '영원한 혁명의 낭만주의자' 체 게바라의 일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체 게바라 연구가인 동생의 자료가 소설화에 도움을 주었다.

유재운씨는 스페인과 페루에 유학을 간 후 아르헨티나.볼리비아.콜롬비아 등 중남미 전역을 돌며 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온 열성파로 이미 80년대 '체' 의 출판을 계획했으나 당시 한국의 정치현실을 우려한 페루 산 마르코스대학 부총장 로베르토 렌돈 바스케스박사의 만류로 보류해왔다.

쿠바에서 미국의 입김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체 게바라는 정부고위직을 거부한 채 혁명의 불씨를 전파하기 위해 다시 남미로 떠난다.

67년 볼리비아에 입국, 혁명을 주도하다 정부군에 생포된 그는 10월9일 미 CIA의 동의하에 총살됨으로써 39년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5명의 자식들에게 "아버지로부터 코끼리만큼 큰 입맞춤을 보낸다" 는 내용의 편지를 일기에 적고 있다.

이 일기는 그가 처형된 후 잘린 두 손과 함께 쿠바로 보내졌다.

"내가 패배한다고 해서 혁명의 승리가 불가능 한것은 아니다.

에베레스트 산정에 도달하려다가 많은 사람이 실패했지만 결국 그 산은 정복되고 말았다. "

임종 직전 남긴 말이다.

이념을 떠나 한 인간의 진실된 삶이 소설과 일기로 복원된 것이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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