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 “이치로가 눈에 어른거려 분해서 한숨도 못 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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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 감독은 25일 밤 인천공항에서 열린 입국 기자회견에서 “분해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이치로가 눈앞에 어른거려 통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장 10회 초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내준 상황을 돌이키면서 “그때 확실하게 고의4구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가르치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자책한 뒤 “죄송합니다”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의 WBC 준우승을 기념해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대형 사진이 서울 시내 한 빌딩에 걸려 있다. [임현동 기자]


김 감독은 결승전 주심에 대해 “원래 지고 난 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못 보는 심판 같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데릴 커즌스 주심이 일본 선발 이와쿠마의 낮은 볼은 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다”고 지적했다. 커즌스 주심은 3회 이와쿠마가 박경완에게 던진 몸쪽 공이 타자 무릎보다 낮았으나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을 내렸다. 당시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미국 관중도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해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코치진도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선수를 지도했다. 정신적인 면에서 강국 선수들을 월등히 앞섰다”며 선수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일본에 1라운드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뒤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1-0으로 지나 10-0으로 지나 한 게임 진 건 똑같다. 다시 힘을 내자’고 독려했고 이틀 뒤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일본을 1-0으로 이겼다. 이후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 결승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한용섭 기자 ,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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