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큰 눈사태형(大崩雪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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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이세돌 9단 ●·황이중 7단

제2보(21~36)=지금 벌어지고 있는 ‘큰 눈사태형’이란 명칭은 일본에서 작명했다. 조남철 9단은 일본 식을 버리고 ‘큰 밀어붙이기’라고 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바둑계 사람들은-그들은 대개 조남철 9단을 존중하는 사람들인데-계속 큰 눈사태형이라 쓴다. 물어보면 아무래도 큰 눈사태형이 좀 더 근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변천을 거듭해 온 이 정석은 지금도 계속 진화 중이다. 변화의 핵심은 28로 뻗는 수. 과거엔 30쪽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이곳은 흑 차지가 되곤 했다. 29는 A로 뻗는 수가 한동안 유행하더니 근래엔 이처럼 꽉 잇는 수로 거의 고정됐다. 29에서는 두 갈래 길. 실전처럼 30으로 젖히는 수가 있고 ‘참고도’처럼 백1, 3으로 두는 수가 있다. 흑은 B로 잡아봐야 백C의 패가 귀찮기 때문에 아예 4로 잡는 바꿔치기를 선택하게 된다.

이세돌 9단은 실전을, 이창호 9단은 ‘참고도’ 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전은 미완의 형태이고 전투 진행형인 데 반해 ‘참고도’는 부분적으로 일단락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이라 해도 지금은 ‘참고도’가 싫을 것이라 한다. 흑6으로 협공당하면 우상 일대에서 흑의 영향력이 너무 일방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33으로 미는 수, 그리고 34의 중심 잡기가 놓쳐서는 안 될 요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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