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 한국전쟁 54돌 중앙일보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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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50대 이상), 광주항쟁(40대), 그리고 디지털(20.30대) 세대. 현대사가 빚어 놓은 한국의 세가지 세대다.

6.25 세대는 한국전쟁의 가난과 폐허 속에서 성장했다. 이 세대는 4.19 혁명, 5.16 쿠데타, 6.3 한일회담 반대시위, 유신체제 같은 유별난 정치적 격동을 거쳤다. 하지만 대다수는 위축되지 않고 생애의 거의 전부를 개인의 경제적 생존과 국가의 경제 발전에 던졌다. 이 산업화 세대는 전쟁, 무장공비 침투, 월남 패망 같은 위기를 겪어 북한을 경계하고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 최근에는 이라크 파병을 지지한다. 여가보다는 일이 더 친숙하다.

광주항쟁 세대는 산업화를 넘어 1980년대 광주 민주항쟁과 5공 독재를 겪은 민주화 세대다. 민주화운동은 87년 6월항쟁으로 폭발했다. 민주.자유화 바람이 불면서 세대는 남북으론 이념 갈등에 저항하고, 경제적으로는 노조와 분배에 눈을 떴다. '광주'문제에 분노하며 미 문화원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 세대는 한.미관계의 변화를 추구하고 중국의 부상을 새롭게 주시한다.

디지털 세대는 한국 현대사의 신(新)세대다. 이들은 깊이보다 속도에 익숙하다. 이 세대는 효순.미선양 사건,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신속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촛불집회 문화를 만들었다. 이 디지털 세대는 50년대의 전쟁과 80년대의 진통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북한에 매우 관대하고 중국에 거부감이 없다.

이들 세가지 세대는 얼마나 생각이 다르고 같을까. 중앙일보는 6.25 발발 54주년을 맞아 지난 16~17일 세대 갈등을 진단하는 여론조사를 했다. 예상대로 갈등이 심했지만 동시에 세대 화합의 가능성도 작지 않았다. 제1의 갈등 지대는 외교.안보 분야다. 디지털 세대의 32%가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미국을 꼽았다. 북한은 41%였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공격 가능성 등으로 한반도 안정을 흔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6.25 세대는 62%가 북한을 꼽았고 미국은 8%에 불과했다. 광주항쟁 세대는 북한 52%, 미국 20%로 중간적 입장이다.

세가지 세대의 81~90%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6.25 세대의 57%는 광주항쟁 세대의 기여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대와 광주항쟁 세대의 5분의 4 이상이 6.25 세대의 고생과 성취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디지털 세대의 67%, 광주항쟁 세대의 54%, 6.25 세대의 47%가 세대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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