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단일화 서명…국정운영 동업 시험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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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 단일화 합의문 서명식은 2시간 내내 설렘과 착잡함, 기대와 흥분의 연속이었다.

행사에는 자민련 이정무 (李廷武).이의익 (李義翊) 의원을 제외한 양당등 의원.당직자등 7백여명이 참석했다.

국민회의 한광옥 (韓光玉) 부총재의 선언문 낭독, 자민련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의 합의문 낭독에 이어 두 金총재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합의문에 교환 서명했다.

장내는 떠나갈 듯한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먼저 연설에 나선 김종필 (金鍾泌) 총재는 "권력을 나눠먹기 위한 야합이란 비방도, 정책이 다른 두당에 대한 걱정도, 우리의 합의와 약속이 깨지기 바라는 질시의 눈초리도 잘 알고 있다" 며 "이런 모든 것이 턱없는 오해며 중상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 역설했다.

김대중 (金大中) 후보도 "김종필총재는 수십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사람이고 박태준의원은 정치인중 가장 뛰어난 경제정책의 소유자" 라며 3자 연대를 강조하고는 "5년동안 어떤 체제하에서도 합의를 일관성있게 지켜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의 3일 합의는 선거운동과 대선후 국정운영을 '동업 (同業)' 해 보겠다는 정치실험으로 평가된다.

교섭단체를 가진 야당들이 대통령 직선제하에서 단일후보를 내기로 한 것은 건국 이래 최초의 일이다.

특히 87년과 92년 대선이 야당의 분열과 여권의 단결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양당은 이번엔 양상이 다름을 적극 강조한다.

개발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역사적 화해' , 호남과 충청, 그리고 대구.경북권까지를 잇는 대연합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金총재간의 후보 단일화는 대선 필승 카드라며 여 (與) 성향 후보들의 분열상과 대비시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 합의가 대선 전까지는 양당을 묶는 연결고리로 순기능을 하겠지만 대선 후엔 DJP 공동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대선후 각종 선거결과와 이합집산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공동정부안의 다양한 정파간 지분다툼, 내각제 개헌 추진 과정에서의 권력투쟁도 예상할 수 있는 걸림돌들이다.

양당은 당장 대선 이후의 분란보다 눈앞의 반DJP연대 구성 움직임과 나눠먹기식 권력배분에 대한 비판여론등 역풍을 차단하는데 신경써야 할 처지다.

당초 연합 성사를 계기로 지지율 40%를 돌파할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다.

주요 지역을 순회하는 단일화 보고대회까지는 3인이 함께 움직이지만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각자 따로 뛰는 3인 3각 행보를 통해 득표력의 극대화를 추구할 작정이다.

양당 내지 DJT연합은 투표일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굴러가겠지만 결과적으로 90년 3당 합당의 재판 (再版) 이 될지, 이를 반면교사 (反面敎師) 로 삼아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쓴맛 단맛' 다 본 70대 세 정치인의 역량에 야권의 운명, 나아가 국운이 달려 있는 상황이다.

김현종.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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