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양심수'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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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집권하면 양심수를 사면하겠다는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의 발언에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金총재가 말하는 '양심수' 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양심수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니고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 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처벌을 받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공산주의를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애국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처벌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수사.기소.유죄선고한 공안당국과 검찰.법원이 실수를 했거나 '비양심적' 인 처사를 한 것으로 된다.

金총재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가.

金총재가 염두에 둔 양심수가 혹시 한총련소속 대학생이나 데모가담 학생 또는 일부 공산주의 관련단체 결성자 등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역시 그런 사람들중 죄질 (罪質) 이 가벼운 단순가담자와 반성하는 사람들에겐 재기 (再起) 의 기회를 주는 사면에 굳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총련만 하더라도 연세대사태나 화염병시위 때 국민회의를 포함한 온 국민이 그들의 폭력성과 맹목적인 친북성 (親北性)에 놀라고 분개하면서 그들에 대한 엄벌을 주장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제 다소간의 세월이 흘렀다 하여 그들을 '애국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사람' 정도로 자리매김한다면 그게 온당한 일일까. 게다가 金총재는 "이적단체 가입만으로 '탄압'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했는데 '탄압' 이란 표현이 옳은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金총재의 이런 발언에 대해 검찰.안기부 등이 반발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을 사면할 경우 같은 행위가 분출해도 처벌할 명분이 없어지고 우리 내부의 안보사태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신중한 행보 (行步) 를 해오던 金총재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평소 의중 (意中) 을 드러낸 것인지, 표현이 삐끗한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金총재 본인이 좀 더 명백하게 진의 (眞意) 를 밝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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