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박물관,민족大役事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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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여곡절 끝에 새 국립박물관 신축 기공식이 어제 있었다.

돌아보면 문민정부 업적중 두고두고 재평가의 대상이 될 부분이 구 총독부 건물의 철거일 것이다.

민족문화 유산을 보관.전시하는 건물을 국민 감정에 영합해 아무런 대책없이 먼저 때려부수고는 장기간 휴관하고 서둘러 임시 건물을 지어 시멘트독 파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그 말많던 국립박물관이 새 집을 짓게 됐다.

과거의 문화유물을 보존.관리.전시하면서 미래의 후손에게 넘겨주는 민족적 대역사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 몇가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정치적 당략이나 관계부처의 이해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민족의 대역사 (大役事) 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계획에 따르면 2003년까지 4천2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4만여평의 건물을 짓는 거대한 공사다.

대통령이 바뀌고 관계 장관이 새로 온다 해서 예산이 줄어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속출해서는 제대로 된 공사를 공기내에 끝낼 수가 없다.

전문가 집단의 응축된 기본계획에 따라 흔들림 없이 대역사를 끝내자면 외부의 입김을 차단해야 하고 예산의 독자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부처간 이해에 따라 예산이 줄었다 늘었다 하면 이게 바로 공사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선 예산의 독자성 확보와 집행이 선결돼야 한다.

그다음, 수많은 대형 관급 (官給) 공사가 그러했듯 부실공사 예방이 급선무다.

더구나 건설부지인 용산가족공원은 저습지다.

박물관 바닥 높이를 해발 15m로 높이고 수장고도 지상에 둔다는 계획이지만 기초공사가 부실할 경우 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될 것이다.

철저한 감리체계와 공사감독이 제도화돼야 한다.

박물관 하면 고대광실을 연상하는게 관료적 발상이다.

민족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문화공간은 외화내빈 (外華內貧) 의 겉치레 아닌 기능적 문화공간이어야 한다.

졸속.부실.겉치레를 거부하는 알찬 민족적 문화공간이 이 기회에 세워지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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