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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도 소니도 오프라인 ‘클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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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미국 2위의 가전 양판점 서킷시티가 파산하는 등 전자제품 유통시장이 흔들리는 실정이지만, 오히려 이들 IT 업체는 목 좋은 곳에 수천 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내고 있다. 여기에 쏟아 붓는 돈도 만만치 않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단지 매장을 늘리겠다는 목적이 아니다. 널찍한 공간, 세련된 인테리어로 제품의 강점을 부각시켜 경기 침체로 닫힌 고객의 지갑을 열겠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투자로 불황기를 넘으려는 역발상 마케팅인 셈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자체 유통망 강화를 위한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월마트 등에서 25년간 근무한 유통 전문가 데이비드 포터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의 첫 번째 업무는 전국적인 소매망을 구축하는 것. 여기에서 고객들이 컴퓨터·스마트폰에 들어간 윈도 기능을 체험토록 하는 한편 콘솔게임 엑스박스(Xbox), MP3 플레이어 준(Zune) 등 자사 하드웨어도 홍보하겠다는 게 MS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3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책정했다.


소니도 대형 매장을 늘리고 있다. 소니는 미국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와 손잡고 필라델피아에 대형 매장을 내기로 했다. 컴캐스트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TV 신제품을 전시하고, 소니의 카메라·캠코더·게임기 등을 직접 써볼 수 있게 했다. 매장 이름은 ‘소니스타일 컴캐스트 랩’이다. 현재 소니가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전용 매장은 40여 곳. 방문객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코너를 따로 둘 정도로 고객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IT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올 초 애플과 금강제화는 서울 명동에 5개 층 규모의 애플 전용 매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달 17일엔 캐논코리아가 서울 신사동에 전체 면적 1400㎡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카메라·렌즈 등 자사 제품을 팔면서 촬영 관련 강의도 이뤄진다. 사진 전시관 등 문화 공간도 마련했다.

불황기에 이 같은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건 애플의 성공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2001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뉴욕 한복판에 대규모 매장을 냈다. 당시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란 비난이 잇따랐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을 배치해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아이팟’이라는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4년 만에 이곳 ‘애플 스토어’는 평당 14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뉴욕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전 세계 애플 매장은 200여 곳에 이른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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