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명암](2) 휴대전화기 급증 전화사용 예절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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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금융회사에 입사한 金모 (27) 씨는 휴대전화기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모닝콜을 해주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金씨는 밤새 친구들과 거래처에서 남겨놓은 음성사서함 메시지를 점검한다.

金씨는 출근 도중 버스 안에서도 수시로 들어오는 각종 경제뉴스를 살펴본다.

순간 인터넷 전자메일이 단골고객으로부터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날아 든다.

휴대전화기가 어느새 金씨의 '24시간 비서' 로 자리잡은 것이다.

SK텔레콤 (대표 徐廷旭) 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84년 첫 전파를 발사한 이래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5백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더구나 지난 1일부터 전국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개인휴대통신 (PCS) 까지 가세하면서 가입자가 올 연말까지 6백만명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휴대전화기 보급이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서울서대문구연희동에 사는 주부 鄭모 (32) 씨는 최근 친구와 연극을 보기 위해 동숭동 대학로의 한 극장을 찾았다가 기분을 망쳤다.

막이 올라간지 30여분이 지날 무렵 객석 한쪽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휴대전화기 소리 때문이었다.

호텔 커피숍이나 전철안에서 휴대전화기 소리를 어렵지않게 들을 수 있으며 심지어 대학 강의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D대학 柳모교수는 "수업도중 울려대는 학생들의 휴대전화기 소리로 인해 강의에 지장받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말 수도권 극장.공연장.병원.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기.호출기 바로 쓰기'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에서는 '예절' (禮節) 이란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나 램프표시 기능으로 바뀌는 휴대전화기가 등장했다.

또 휴대전화기를 병원에서 사용할 경우 의료장비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남을 배려하는 휴대전화기 사용 예절이 제때 정착되지 못한다면 우리 나라 자동차문화에서 볼 수 있듯이 곳곳에서 정보화의 역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형교 기자

◇ 도움말 = ▶이석재 (李石在.한국전산원 정보사회연구팀장) ▶신영철 (申永澈.SK텔레콤 홍보부장) ▶이은식 (李恩植.신라호텔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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