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최대 옹기 만들기’ 게임 불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자 천천히, 하나 둘. 됐어!“

23일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옹기장인인 신재락(36)씨가 옹기장인인 아버지 신일성(67)씨 등 ‘기네스북 도전 세계최대 옹기만들기’ A조가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날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국내 최대 옹기생산지인 울산시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 높이 2m40㎝, 직경 1m96㎝, 둘레 5m5㎝의 거대한 날옹기(굽기전 옹기)가 마을에서 가장 긴 39m짜리 가마에 성공적으로 안착되자 환호성이 터졌다.

기네스북에 올릴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 제작 시합’의 막이 오른 것이다.

시합은 외고산 옹기장 9명이 3개조로 나눠 1개씩 제작, 흠집 없고 가장 큰 옹기를 선정해 기네스북에 등재하는 방식이다.

울주군이 올해 10월로 예정된 ‘2009 세계 옹기문화엑스포’와 외고산 옹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주최한 행사다.

이날 가마에 안착된 것은 이 마을에서 51년째 옹기를 제작해온 ‘옹기 달인’ 신일성(67)씨를 비롯해 장성우(63)·진삼용(70)씨 등 A조가 16일부터 제작에 들어가 일주일만인 22일 완성한 것이다.

이 옹기는 당초 높이 2.5m 둘레 5.5m 규모가 목표였지만 워낙 큰 규모여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옹기 중 가장 큰 옹기로 신씨가 2006년 만들어 옹기마을 회관에 전시중인 높이 2m, 둘레 5.5m의 대형 옹기 2개보다 훨씬 크다.

1주일쯤 미열로 건조시킨 뒤 다시 1주일간 본가열, 2~3일간의 식히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조절에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깨져버리는 등 실패 가능성도 적지 않다.

A조가 본가열에 들어가는 1주일쯤 뒤 허진규(45)·배영화(69)·황명택(69)씨로 구성된 B조가 옹기빚기를 시작하고, 그로부터 1주일 뒤 서종태(59)·조희만(67)·최신영(37)씨로 구성된 C조가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2m이상의 옹기를 구울 수 있는 가마가 마을에 하나밖에 없어서 앞팀이 작업을 마치고 가마를 비워줄 때쯤 빚기 작업을 완성해야 습도 조절을 위한 보관 과정없이 바로 가마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9명의 출전자 모두 하나같이 옹기 달인들이지만 흙빚는 작업부터 최종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하나하나가 초긴장의 연속이다. 평소에는 잘 빚지 않는 거대규모이기 때문이다.

옹기는 100% 수작업으로, 흙을 가래떡처럼 둥그렇게 굵게 말아 하나씩 쌓아 올리는 타래기법으로 만든다.

대형 물레를 돌려 흙을 높이 쌓아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든 데다 쌓아올린 흙 사이를 되메우고, 큰 나무판을 안 팎으로 두들겨 옹기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날옹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흙이 너무 건조하면 굴속에서 불에 굽는 과정에서 깨져버리고, 흙이 너무 무르면 쌓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옹기는 흙의 배합이 생명이다. 그래서 각조의 흙배합 비법이 다르다.

신씨가 포함된 A조는 울산에서 채취한 흙에다 불에 강한 중국산 백자점토를 일부 섞는다. B조는 울산과 경남 산청 흙을 적절하게 배합한다. 요업공학의 기법을 적용해 찰지고 바람·불에 강한 흙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C조는 전국 4∼5곳의 흙을 배합해 사용한다.

외고산옹기협회 허진규 총무는 “3팀 가운데 과연 어느 팀이 최종 작업까지 성공할 지, 성공작 가운데 어느 팀 것이 기네스북에 오를 최대 규모가 될 지, 3팀 모두 완성에 실패해 기내스북 도전 자체가 무산될 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