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지방순방 재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권이 자기네들끼리 치고 받는 졸전 (拙戰) 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이번주 4박5일간 대전.광주 나들이를 한다.

비자금 정국으로 미뤄온 지방순방 일정을 재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신한국당의 내분이 오히려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의 낙마 (落馬.후보교체) 가능성,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와 이인제 전경기지사등의 연대 가능성등 金총재의 지지율 1위라는 유리한 고지를 흔들지 모를 주요한 '대선 변수' 들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金총재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대선 중립과 공명선거를 강력히 주문했던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갈수록 대선정국의 불안정성이 커지는게 불안하고 못마땅하다.

판이 깨지는 사태를 저지하는 길은 'DJ 대세론' 을 굳히는 것뿐이다.

그래서 국민회의는 이번 지방 일정에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金총재의 한 측근은 "여권이 분란과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정책대결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여당과의 차별성과 준비된 후보를 부각하는 최대의 선거전략" 이라고 설명했다.

닷새동안 金총재는 대전.충남지역 목회자들을 만나며 전국 국립대학 총장들과도 간담회를 갖는다.

이자리에서 대학교육의 문제점 지적과 집권후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기술입국의 중요성과 정보화를 위한 정책발표회도 갖는다.

광주에서는 언론사 대표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또 대전과 광주에서 각각 한차례씩 TV토론회를 갖고 지역발전을 위한 현안과 정책공약등을 제시한다.

대전에서와는 달리 광주 일정이 단출한 것도 상당히 계산된 부분이다.

金총재는 지구당위원장등 당직자들과의 만남에 주력할뿐 외부인사와의 접촉이나 공식일정을 자제할 계획인데 김영환 (金榮煥) 비서실 차장은 "신기하 (辛基夏) 전의원문제도 있고 해서 광주에서의 공식일정은 가급적 자제, 조용히 다녀와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金총재가 집권하면 호남사람 일색으로 채울 것' 이란 여권의 음해공작에 대비하고 '호남정권' 이란 거부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