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음악프로 '일요예술무대' 재즈위주로 5년 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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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요즘 TV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조금 기대에 못미친다 싶으면 곧 없어진다.

그런 점에 92년10월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진 MBC '일요예술무대' (일 밤12시35분) 는 가히 '장수 프로그램' 이라 할만하다.

재즈를 위주로 팝.가요등이 간간이 섞이는 '일요예술무대' 의 시청률은 5%내외. 심야시간대지만 그리 뛰어난 성적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요예술무대' 가 장수를 누리는 비결은 우선 재즈를 고집하는 유일한 TV 프로그램으로 일부 음악 매니아들에게 커다란 호소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확실한 고정 시청층을 갖고, 또 이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 으로 강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방송사가 쉽게 폐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램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5년동안 연출을 맡아온 한봉근 (39) PD는 “가끔 주위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빼놓지 않고 본다' 는 말을 많이 듣는다” 고 말한다.

음악 매니아들에게 인정받다 보니 국내 음반사 초청으로 한국을 찾는 재즈 음악가.가수들은 꼭 얼굴을 비쳐야 할 프로그램이 됐다.

금세기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도 거쳐갔다.

26일에는 덴마크 록그룹 '마이클 런즈 투 록' 이, 다음달에는 그룹 '보이즈 투 맨' 이 나올 예정이다.

'일요예술무대' 는 또 처음 시작부터 립 싱크를 배제하고 '라이브' 라는 원칙을 지켜 실력있는 국내 가수라면 누구나 나오고 싶어한다.

김건모.솔리드는 물론 '신이 내린 목소리' 라는 조수미도 출연했다.

당시 조씨는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손에 잡고 노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진행자 김광민씨의 어눌한 말투도 프로그램의 친근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김씨는 보스턴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재즈 피아니스트. 이 프로그램을 알아주는 사람도 많지만 아예 외면하는 사람도 많기에 갖은 풍상도 겪었다.

개편이면 다른 프로그램들에 치여 이리저리 방송시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처음은 토요일 밤에 방송되는 '토요예술무대' 였다가 '일요예술무대' 로, 다시 '토요…' 에서 '금요…' 로, 개편이 시작된 이번 주말부터는 또 '일요예술무대' 가 된다.

시간도 들쭉날쭉이다.

처음은 50분짜리였다가 40분으로 줄어들고 다시 1시간이 되는가 하면 25분짜리였던 때도 있다.

최근 '금요예술무대' 일 때는 40분, 26일부터는 35분이 된다.

한PD는 “개편 때마다 다른 프로그램들 시간대를 다 잡고 남는 데 배치하다보니 그런 모양” 이라며 웃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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