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넘어 태풍’ 강원FC에 살맛 난 강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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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마카(모두) 우리가 접수 한대니”

강원도가 신났다. 도민의 열정으로 탄생한 강원FC가 K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변한 강원FC의 선전으로 경제난에 어깨를 움츠렸던 강원도민들이 가슴을 활짝 펴고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강원FC 서포터즈인 나르샤가 지난 8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강원FC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희망을 주는 무패행진=강원FC는 21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를 통해 도민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전반 부산의 정성훈 선수에게 한 골을 내주는 등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다 세 경기 연속 골의 주인공 윤준하 선수가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 경기로 3연속 무패(2승1무)행진을 이어갔다.

동점골이 터지자 경기장을 찾은 1만8000여명의 관중들은 강원FC와 윤준하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회사 동료들과 경기를 본 임진승(39·강릉시 교동)씨는 “포기하지 않고 무승부를 만들어 내 감격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도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강원FC의 돌풍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민에게 ‘할 수 있다’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 구단주인 김진선 지사는 “강원FC가 도민들의 D-트라우마 현상을 치유한다”고 표현했다. 디프레션(Depression:불황)과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트라우마를 결합한 말로 강원FC의 선전이 경기침체로 도민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상당수는 통닭과 음료수 등을 준비해 먹고 마시며 응원했다. 운동장 주변을 물론 시내 관련 상가가 바빴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음식점이 붐볐다. 자연스럽게 동료와 가족 단위의 외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강릉 주문진중동창회 회원 20여명은 이날 경기를 관람한 후 저녁을 함께 했다. 임영주 총무(55·강릉시 주문진읍)는 “동창회를 일요일에 하려다 강원FC를 응원하기 위해 이날을 잡았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개막전이 열린 8일 강릉지역에 8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축구의 고장에 걸맞게 하반기에는 전국 유소년축구대회를 창설, 남·녀, 중·고 축구대회와 N리그, K리그 등과 함께 축구가 강릉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축구협회 권은동 회장은 “강릉은 요즘 축구 때문에 산다”며 “출향 도민과 관광객에 대한 마케팅 등 지역경제와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FC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지원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협회 강원도회와 강릉시의회 등 1년 동안 경기를 관람할 수 시즌권 구입이 잇따르고 있다. 1976년 강릉지역 고교를 졸업한 ‘76동기회’는 21일 경기 시작 전 강원FC 서포터즈 ‘나르샤’에게 지속적인 성원을 당부하며 5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이영삼씨는 강원FC 주식을 사고 싶다는 뜻을 홈페이지에 남기기도 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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