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부길씨 사건은 집권 2년차 ‘부패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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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2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하면서 추씨에게 돈을 주었다고 보고 있는데 추씨는 용도 부분은 다투면서도 일단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한다고 한다. 추씨는 ‘이명박 사람들’ 중에서 부패로 사법 처리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추씨는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의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을 지냈다. 추씨 사건은 ‘가을을 알리는 오동 잎’이 될 수 있다. 통상 집권 2년차가 시작되면 어느 정권이나 슬슬 부패가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대선 때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은 대개 1년차 기간 동안 정권의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는다. 실세는 실세대로, 방계(傍系)는 방계대로, 주변에 크고 작은 권력과 이권(利權)의 자장(磁場)이 형성된다. 정권의 안팎에선 각종 목적으로 자장에 진입하려는 부패 용의자들이 늘어나게 된다. 관료들은 보직을 위해, 사업가들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는 건설·토목·조달 등 대규모 사업의 이권을 위해, 검찰 수사나 국세청 세무조사 같은 사정(司正)을 당하는 이들은 상황의 모면을 위해 권력의 자장에 접근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정권 사람들’이 집권의 전리품으로 금품을 챙기려 들면 부패는 급속히 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의 수뢰 사건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건 자체는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져 나왔지만 장씨는 대통령이 칼국수를 먹으며 개혁에 몰두하던 집권 1년차(93년)부터 기업인들로부터 금품을 챙겼다. 김대중 정권 때는 각종 게이트(비리 추문) 사건이 집권 3년차부터 드러났지만, 감사 무마 등 비리의 전초전은 이미 집권 2년차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노무현 정권 때도 대통령의 형 건평씨나 최측근 이강철씨가 금품 수수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집권 2년차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 2년차는 희대의 경제위기를 맞아 4대 강 정비, 경인운하 등 대규모 경기 부양 투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때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은행 대출을 둘러싼 여러 이권도 창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명박 정부는 특별 감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