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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관련 새 사고·행동양식 주장하는 서적들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환경문제 하면 대부분 자연파괴나 오염피해를 떠올린다.

환경 파괴의 주범은 곧 인간이라는 공식이 굳어져있다.

딴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예 사라져야 할까. '인간없는 환경' 이라면 무엇을 위한 환경일까. 인간 부정의 환경론에 계속 매달린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의 골칫거리 '환경문제' 를 새로운 인간성 회복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 과학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업적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의 우월감과 오만을 버리라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비판에 빠질게 아니라 자존심도 살리자는 주장이다.

환경을 바라보는 기본관점에서 출발해 미래의 사고.행동양식까지 다루고 있는 '문명의 미래와 생태학적 세계관' (당대刊) ,가족.이웃등 공동체 의식을 살려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는 '환경윤리학의 제문제' (따님) ,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떠도는 생태학' (범양사) 등은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신간들. '문명의…' 는 포항공대 박이문 교수 (철학)가 쓴 책. 먼저 마구잡이로 쓰여지는 환경.생태계.자연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다시 내린다.

환경이란 인간을 둘러싼 외적 조건을, 생태계는 이보다는 범위를 넓혀 모든 숨쉬는 생명체의 외부 세계를, 자연은 환경.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며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가는 '환경' 에만 초점을 맞춘 서구적인 사고방식은 자연과 인간이 합일 (合一) 하는 동양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중심적인 서구사상은 인간에게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명분을 주었다.

따라서 불교의 윤회사상, 노자와 장자의 도 (道) 사상이 제시하고 있는 자연중심적 사고로 이를 대체해야 인간의 미래가 환경과 친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제문제' 는 서양 철학자가 쓴 책답게 동양사상이 아니라 서구의 도덕적 전통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영국 카디프칼리지에서 응용윤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환경파괴는 동물과 달리 이성을 지니며 하나님의 형상을 유일하게 닮았다는 인간의 자만심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에는 오히려 문명을 발전시켜 환경오염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인간을 지나치게 불신하고 하찮은 것이라고 비하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비롯해 이웃.마을의 친밀한 삶의 방식을 되찾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일깨워야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런 판에 스스로를 나무라고만 있어서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난날과 다른 겸손만 갖춘다면 환경파괴라는 과오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순환과 조화의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본 '떠도는…' 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 (생태계획학)가 실제생활에서 주변의 오염상태를 관찰하며 쓴 책. 도시와 농촌, 미생물과 동식물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일일이 열거하며, 원시 (原始) 로의 회귀가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며 자칫 빠지기 쉬운 환상적인 환경운동을 경계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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