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한 강삼재총장…“역부족·미숙 자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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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강삼재 (姜三載.사진) 사무총장이 23일 총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당에선 사퇴서를 반려하면서 그를 붙잡았지만 姜총장은 이날 '사무총장직을 물러나면서' 라는 짧은 발표문을 남기고 "내 갈길을 가겠다" 며 당사를 떠났다.

측근들은 "주류든 비주류든 당 내분에 관여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발표문에 姜총장은 이렇게 적었다.

"한 정치인으로서 처한 현재의 심경이 괴롭다.

이회창후보를 앞세워 정권 재창출을 이룩하겠다는 일념으로 일했으나 의욕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는 전적으로 역부족과 능력 미숙의 탓이었다.

" 그의 사퇴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李총재의 기자회견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같다.

우선 金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경선후 李총재 사람으로 편입된 그로선 金대통령과 李총재간의 갈등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金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던 李총재의 기자회견장에 그는 불참했다.

이 대목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姜총장이 그동안 金대통령과 李총재간의 가교역할을 해오며 민주계의 반 (反) 이회창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다.

양측간을 중화하는 인물이 없어진 셈이다. 물론 姜총장의 사퇴는 스스로 인책하는 의미도 있다.

그는 지난 7일 김대중총재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이래 비자금 정국의 돌격대 역할을 해왔다.

폭로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은 당내에서 인책론이 나돌 만큼 그의 입지를 옥죄는 결과를 초래했다.

姜총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백의종군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총재 비자금 의혹을 발표하면서 배수진까지 쳤던 의원직 사퇴문제에 대해선 끝내 함구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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