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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잘될 거란 환상 속 돈 끌어쓴 게 화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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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24면

세계 주요 도박 도시들의 불이 꺼지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인 더스트립(The Strip). 카지노를 겸하는 호텔만 30여 곳이 들어차 있는 곳이다. 화려한 네온사인 때문에 밤과 낮이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이곳 호텔들엔 불 꺼진 방들이 40%에 이른다(라스베이거스 리뷰). 호텔 방값을 50% 깎아 준다는 광고가 곳곳에 나붙어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美 카지노 산업

중국 마카오도 마찬가지다. 한때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밀려들어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할 것이라고 점쳐졌다. 하지만 미 카지노업체인 라스베이거스샌스가 짓다 만 카지노 겸용 호텔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카지노 산업의 위기는 세계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워낙 위기의 강도가 크다 보니 대표적인 불황 내성(耐性) 산업인 카지노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은 1차로 레저비 지출을 줄였다. 연중 최고 성수기인 지난해 연말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호텔 예약률은 80%를 밑돌 정도였다. 이전에는 98~100%에 달했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카지노 업체들은 줄줄이 파산하거나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처지가 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30곳을 운영하던 트로피카나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파산을 선언했다. 올 들어서는 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주도해 세운 트럼프엔터테인먼트리조트도 파산했다. 채무조정을 받은 라스베이거스샌스나 MGM미라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카지노 업체들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손님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미래 카지노 매출을 추정했다. 연간 20~30%씩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 카지노 증설에 나섰다. 그들은 경쟁적으로 ‘세계 최대 카지노를 건설했다’고 자랑했다.

이런 황금빛 환상은 그러나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이 깊어지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카지노 회사의 매출은 급감했다. 주가는 1년 새 80~90% 폭락했다. 1달러를 벌어 원리금 6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회사는 지속할 수 없는 법이다.

트럼프는 “카지노 산업에 대한 투자는 잠시 한눈 판 것”이라며 애써 파산의 의미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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