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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비치는 '옷같지 않은 옷' 유행 예감…여성 관능미 물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투명함.가벼움.여성스러움. 내년도 봄여름에 전 세계 여성들이 입고다닐 옷차림을 점쳐보라면 위의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밀라노를 거쳐 현재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98 춘하 여성복 컬렉션' 무대에는 흡사 잠자리의 날개, 이슬맺힌 거미줄을 연상시키는 '옷같지 않은 옷' 들이 나풀거리고 있다.

먼저 투명함을 살펴보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시스루 룩 (See - through Look) 은 이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진부한 (?) 유행이지만 노출의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과감해졌다.

비치는 탑위에 역시 비치는 블라우스를 겹쳐입거나 (엠포리오 아르마니) 망사천을 사선으로 얼기설기 휘감은 비대칭 스커트 (로미오 질리) 를 입기도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있으나마나한 천 따위는 젖혀버린채 맨 살을 드러내는 수위도 한결 높아졌다.

등을 파다못해 엉덩이가 들여다보일 정도인 이브닝드레스 (트루사르디) ,가슴부분만 겨우 가린 소매달린 탑 (문영희) , 상의를 아예 벗은채 청바지만 입은 차림새 (지안프란코 페레) 등은 그 좋은 예. 이처럼 투명한 소재들인지라 당연히 가벼울 수 밖에. 투명하고 가벼운 소재하면 으레 떠올리는 시퐁이나 레이스 뿐아니라 성기게 짠 면, 금속성 느낌의 니트, 소위 '여름 모피' 라 불리는 몽고산 양털, 반투명 효과를 내는 첨단섬유 라텍스…. 깃털처럼 가벼운 갖가지 소재들이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멋진 의상으로 탈바꿈했다.

극도로 투명하고 가벼워진 옷들이 노린 효과는 한없이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의 표출이다.

올해 클로에의 디자이너로서 화제의 데뷔쇼를 치른 스텔라 매카트니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딸) 를 비롯, 지안프란코 페레.알베르타 페레티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하나같이 '란제리 룩' 을 선보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성적인 관능미를 드러내기에 속옷같은 겉옷보다 더 마땅한 방법은 없지않겠는가.

이번 컬렉션에서 여성미의 구현이 얼마나 절실한 주제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 하나. 여성들에게도 중성적인 수트를 입힌 걸로 유명한 디자이너 아르마니조차 특유의 베이지색 수트 대신에 색색의 탑과 깊은 트임이 들어간 스커트를 내놓아 모든 이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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